고물가·금리 인상 추세로 인한 거래절벽에 하반기 부동산 전망 ‘하락’ 반전
매매 시장 위축 심리로 전세 수요 증가…전세 시장 불안 예측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장원석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5주 연속 내린 가운데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양도소득세 절세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도 감소 추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은 부동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주범이다. 결국 이같은 투심 악화에 하반기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반년만에 뒤집혔다.
◇ 하반기 주택 가격 ‘하락’ 우세…반년 만에 전망 뒤집혀
4일 부동산R114가 올해 6월7일부터 20일까지 14일간 전국 2275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는 하반기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승 전망을 예상한 비율은 24%에 그쳤다. 6개월 전 진행된 상반기 전망 조사 때만 해도 상승 비중이 48%로 하락 비중 14%의 3배를 넘겼다. 반 년 만에 추세가 뒤집힌 것이다.
매매 가격 하락을 전망한 이들 중 34.6%는 그 이유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꼽았고 33.8%는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목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는 사실상 연관된 것으로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거시 경제 리스크에 의해 주택 시장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세 가격 전망은 여전히 상승(40.00%)에 대한 전망이 하락(22.81%) 보다 우세했다. 다만 직전 조사에서 상승 전망이 62.3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 전망에 대한 선택 비중이 다소 줄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부동산 매수 심리는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9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작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수도권 매매수급지수는 6주 연속 하락해 이번주엔 90 아래로 떨어졌다. 2019년 8월 넷째주(89.9) 이래 약 3년 만에 최저다.
◇ 금리·물가 등 경제 여건 악화…강남3구도 보합세로 전환
서울 아파트값은 서초구 등 일부 초고가 지역에서 매매 거래 신고가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물이 쌓이고 추가 금리 인상 우려도 커지면서 5주 연속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도세 절세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 악화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자 부동산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고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경제 여건은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등 과거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빨라지는 등 이자 부담이 부동산 수요자 이탈을 불러오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그동안 서울 부동산 시장을 리드해왔던 강남3구와 용산구의 집값 향방이었다. 그런데 이번주 부동산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지역 역시 ‘보합’세로 전환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결국 수도권은 물론이고 서울의 강남3구 조차 집값 조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유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주택 매수 심리 약화에 따라 전세난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는 것이다. 향후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매수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임대인도 높아진 은행 금리를 감당하고자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마저 제시됐다.
윤 연구원은 "주택 가격 부담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위축된 매수 심리가 상대적으로 전세 시장 수요를 늘려 가격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라고 분석했다.
jw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