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계, 양국관계 해빙 물꼬 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04 15:31

3년만에 한일 재계회의 재개…"김대중-오부치 선언 취지 잇자"



상호 수출규제 해제·양국 무비자입국·韓 CPTPP 가입 등 논의



윤 대통령, 경단련 대표단 접견 양국 기업의 경협 활성화 당부

전경련

▲앞줄 왼쪽부터 구보타 마사카즈 경단련 부회장,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뒷줄 왼쪽부터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왑 재개,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회담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 (도쿠라 마사카즈(十倉 雅和) 경단련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기업인 단체인 일본경제인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 經團連)는 4일 3년만에 한·일재계회의를 다시 열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물밑에서 일본을 오갔으며, ‘일본통(通)’으로 알려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셔틀 경영’으로 양국관계 진전에 힘을 쏟았다. 4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경단련과 함께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경단련은 도쿄 증권거래소 1부(대기업이 소속된 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의 경제 3단체 중 하나다. 경단련 회장은 일본 내에서 ‘재계 총리’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 단체는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이 회의를 만들었고,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어왔지만 코로나19 탓에 2020년과 지난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일 경제 동향 및 전망과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 등이 논의 됐으며, 이를 구체화한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전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 등이 안건에 올랐다.

전경련 참석자들은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요청했다. 또 경제 분야 한미일 3각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및 정기회의 개최 제안도 나왔다.

양국의 경제 상황과 전망 및 성장 전략을 놓고 솔직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전경련 측에서는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경단련 측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해 각각 설명했다.

회의 후 양측은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우선 1998년 ‘한일 공동선언 -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자는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공동선언문 제3항에는 "협력 심화를 위해 전경련과 경단련을 비롯한 민간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명시됐다. 또 제6항에는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일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양국 발전에 이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쓰였다.

이날 자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에서 탈퇴했던 4대그룹 주요 계열사(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사장들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허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은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쿠라 마사카즈(十倉 雅和) 경단련 회장도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98년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회원사 여부와 관계없이 한일 기업인들이 모이는 자리니까 참석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재계 리더들은 새정부 출범 후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을 통해 일본투자법인을 만들어 협력을 지속 모색하는 것은 물론, 지난달 24일에도 도쿄에서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사장, 사토 야스히로 전 미즈호그룹 회장 등을 만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미무라 아키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도 만나 오는 11월 부산에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과 함께 오는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일본 재계의 협조와 지원도 요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 11월 부산에서 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일본 쪽에 제안한 상태"라며 "이번에 개최되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그간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쌓아온 광범위한 인맥을 활용해 경직된 한일 관계를 푸는데 톡톡한 역할을 해 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경단련 대표단을 접견했다. 한국 측에서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권태신 상근부회장, 김봉만 국제본부장 등 재계 인사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1차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과 사토 야스히로·야스나가 타츠오·히가시하라 토시아키 부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반갑습니다"라며 경단련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이어 접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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