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에너지공대 지원 어쩌나…자구노력 압박 속 "안할 수도 없고" 속앓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18 16:06

- 운영자금 명목으로 지난 15일 307억 출연, 2021년 413억, 2019년 384억 출연



- 한전, 설립비만 6210억 중 797억 출연, 수천억 추가 부담해야



- 전기요금 인상 속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운영비에 보태, 자회사에도 출연금 납입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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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이하 켄텍)이 지난 3월 개교 이후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닭갈비) 신세다.

18일 정부와 정치권,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경영 악화로 제 앞가림하기도 빠듯한 형편에 자사의 직접적인 고유사업으로 보기 어렵고 설립 취지 관련 정치적 논란까지 제기됐던 켄텍 지원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비록 아직 교사(校舍) 자체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입생까지 이미 뽑아 정식 개교했고 학사 운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와서 갑자기 지원을 중단할 수 없는 처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켄텍이 ‘사생아’ 취급을 받고 있는데다 한전 경영 악화의 원죄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찾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한전의 적자가 올해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은 정부의 고강도 자구노력 압력에 몰려있다.

이에 한전은 해마다 꾸준히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해야 하는 켄텍 지원에 정부 눈치를 보며 속앓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류로 보면 한전이 켄텍 지원을 자구노력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지원금의 다른 재원 확보 등 뚜렷한 대안 없이 출연금을 줄이거나 지원을 아예 중단할 없다는 점에서 한전의 고민이 역력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의 켄텍 지원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전이 역대급 적자 속에 본연의 사업도 아닌 영역에 10년 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내는 게 적절하느냐는 문제 의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현재 한전의 적자 누적을 막기 위해 고물가 위기에도 4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 등 특단의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 한 해 전기요금이 kWh당 총 20원 이상 올라갈 수 있다는 애기도 들린다. kWh당 전기요금은 지난 2분기 연료비 기본요금 4.9원 및 기후환경요금 2.0원과 3분기 연료비 조정요금 5.0원 등 총 11.9원이 벌써 올랐다. 또 4분기에 연료비 기본요금 4.9원 인상이 이미 예고됐고 연료비 조정요금 추가 인상도 추진 중이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3분기에 연간 조정 폭 한도를 채웠지만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추가 인상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시절인 지난 2020년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일부를 켄텍 지원금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 또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체 전기료의 3.7%를 떼 조성하는 기금인데, 전 국민이 낸 전기료 일부를 켄텍 설립·운영 비용에 보탤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 내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한전은 최근 고유가 등으로 지난 한 해 5조8601억원, 올해 들어 1~3월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규모 영업손실이다. 급기야 정부가 한전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고 한전에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이 켄텍에 지원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아직 정부의 지원금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은 가운데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면, 한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공약이라고 국내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공기업인 한전의 경영 상황이 악화한 데다 켄텍 설립의 필요성 자체도 분명치 않은데 특별법까지 제정해 강행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한전이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용만 5000억~7000억원(토지 제외), 매년 운영비 5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학을 세우고 운영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당초 취지와는 무관한 학교에 지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국회 원 구성 이후 이 부분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켄텍 건설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307억원의 자금 출연을 의결했다. 한전의 켄텍 출연금은 지난해 645억원(한전 413억원, 자회사 232억원), 2019년 600억원(한전 384억원, 자회사 216억원) 등이었다. 발전자회사 등에도 출연금 분담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켄텍은 지난 3월 개교했지만 여전히 교사 건축 공사가 진행중이다. 켄텍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돼 설립됐다. 2019년 한전은 이사회에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다수 건물이 2025년 완공되는 계획이었음에도 지난 3월 건물 1개 동만 있는 상태로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 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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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남 나주 한전공대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다. 행사장을 둘러친 칸막이 바깥 쪽으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공약 이행을 위해 완공도 안된 채로 급하게 개교했지만 막상 ‘물주’ 역할을 해야 할 한전이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학교 운영 주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정권이 바뀐 부분도 지원금 규모와 조달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교 이후 운영비는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10년간 각각 1000억원, 정부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지자체만큼(약 2000억원) 조달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한전이 메우는 방향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설립비 포함 2031년까지 총 1조 6112억원 지원 필요해 매년 5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한전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 비용(2019년~2031년)
설립비한전6210억원
부영그룹1670억원
추가 금액(추정)2591억원
운영비나주시1000억원
전라남도1000억원
정부(전력산업기반기금)1000억원
한전(추정)2641억원
총액1조 6112억원
한전부담8851억원


켄텍은 개교 이전의 여러 우려에도 무상 등록금, 기숙사 생활비 지원과 장학금 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을 내걸어 초대 입학생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 신입생 모집 당시 정시 경쟁률이 95.3대 1에 달했다. 에너지공학 단일학부 학부생 108명, 대학원생 49명을 최종적으로 뽑았다. 현재까지 교수진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전과 정부 지원금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인재 육성을 차질없이 이어가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전이 적자가 아니라도 대학 설립은 명분이 부족했다. 한전의 사업 영역은 전력자원의 개발과 발전·송전·변전·배전, 그리고 그에 필요한 연구개발이나 투자·출연이다. 대학을 포함한 교육 사업은 한전의 사업 영역이 아니다"라며 "한전은 지금 회사채를 발행해서 전기를 사오는 상황이다. 적자 수렁에 빠져 본업을 외상으로 하고 있는 공기업에 정치적 이유로 지어진 대학을 계속 운영하게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 인근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비롯해 국립·사립대를 잘 활용하면 켄텍이 목표로 한다는 에너지 연구와 고급 전문인력 양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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