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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지난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북송이 잘한 결정이라는 여론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들 어민의 살인 혐의 진실공방이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북송된 어민들이 살인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을 피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북풍론’으로 반격에 나서면서다.
◇ 與 "北 ‘살인자’ 주장 무검증 수용" vs 野 "근거 없는 북풍몰이, 군 정보 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이 사건에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제대로 된 검증 한번 없이 ‘사실’로 공인했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문제는 문재인 당시 법무부에서도 법적 근거가 부존재한다(며) 위법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청와대가) 그걸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시나리오를 보면 북송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살인마이기 때문에 북송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어민 2명은 탈북자를 돕는 브로커인데, 북한이 이들을 송환받으려 문재인 정부에 흉악범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전날 한기호 의원 주장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당 국가안보문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운데 그래서 국정조사나 특검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힘 주장을 "근거없는 북풍 몰이"로 일축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의원 주장을 근거로 한 여권 공세에 "북풍몰이가 선을 넘었다"며 "근거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거짓 주장으로 더는 국민을 호도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추방이 ‘김정은 눈치보기’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해상에서 선박을 나포해 (탈북자를) 북송한 사례는 문재인 정부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고도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군은 SI(특별취급정보)를 통해 북한 영해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북송된) 두 사람을 군이 합동 심문하는 과정에서 각각 조사했는데 두 사람의 자백 내용이 한미 정보자산으로 확인한 내용과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대명천지에 자기가 살해하지 않은 16명을 죽였다고 자백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합동심문에서 쌍팔년도처럼 고문이나 ‘통닭구이’(고문)를 해서 억지로 답을 받아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주장은 우리 군과 한미 연합정보자산이 확인한 SI 첩보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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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기관 :에너지경제신문 / 조사기관 : 리얼미터 / 조사기간 : 2022년 7월 19∼20일 / 표본수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6명 / 조사방법 : 무선(90%), 유선(10%) / 응답률 : 3.1%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
◇ ‘잘한 결정’ 여론 다소 우세, 후속 조치는 반대...흉악범 증명이 관건될 듯
이렇게 논란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여론은 당시 북송 결정을 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이틀 간 전국 18세 이상 1016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51.1%(매우 잘한 결정 33.6%, 대체로 잘한 결정 17.4%),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42.1%(매우 잘못한 결정 31.0%, 대체로 잘못한 결정 11.1%)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8%였다.
다만 논란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과 달리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 조사에서 이 사건에 ‘국민적 감정만 자극할 뿐 국가운영에 도움이 안 되니 더 이상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46.5%였다.
이밖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로 국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33.4%, ‘탈북자에 대한 법규정 재정비로 유사한 사건 재발을 방지하는 게 최우선이다’는 17.2%, ‘잘 모르겠다’는 1.8%였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과 유사 사건 재발 방지 여론이 오히려 과반을 넘긴 셈이다.
특히 잘한 결정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흉악범을 북송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답을 이유로 꼽은 이들은 무려 71.1%에 달했다.
그 뒤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14.3%, ‘여야 공방이 있었지만 이미 끝난 사안’ 9.2% 등이었다.
결국 여론이 아직 어느 한쪽에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은 가운데 북송 어민들의 살인 혐의 개연성을 얼마만큼 입증할 수 있느냐가 추이를 뒤집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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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사진=연합) |
◇ 정부, 신중론 속 "증언은 달랐다"...신구 권력 ‘진실공방’ 전망
이 가운데 관련 부처인 통일부는 이들이 흉악범인지 여부에 신중론을 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 어민이 16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통일부가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게 사실이다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지 않겠다"며 "검찰수사를 기다려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연합뉴스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사건 당시 어민 2명의 진술이 살해 인원 규모를 비롯해 상당 부분 불일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도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어민 2명의 증언이 많이 달랐다"며 "일단 살해한 사람들 이름에 대한 기억이 다르고 이들 증언을 토대로 합해도 전체 규모가 15명인지, 16명인지도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수법이나 사용 도구 등에 대한 진술도 상이한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어민 진술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윤건영 의원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 주장과 대치되는 발언이다. 이에 따라 현 여권과 전임 정부 인사들 간 진실공방 역시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3.1%였다. 조사는 임의걸기(RDD)로 무선(90%)·유선(10%) 표본을 추출해 자동응답 조사를 시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