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 수급, 다음달 둘째주 최대 고비…이번 주부터 본격적 폭염 이어질 전망
- 석탄발전, 여전히 발전비중 30% 넘지만 줄줄이 폐쇄 계획만 남아
- 신한울 3·4도 2030년까지 완공 어려워…2025년 이후 기저발전 추가 없어
아슬아슬한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대정전(블랙아웃)의 걱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력수급 비상시기가 앞당겨지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또 전력 수급난 경보음이 그간 한 여름철에만 국한됐으나 겨울철에도 울린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전력수급의 현 문제점 진단과 함께 다양한 전력수급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력 보릿고개 언제까지’ 기획을 마련해 상·중·하 세 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자료: 전력거래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충당할 공급능력 확보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음달 둘째주로 전망한 전력수요 최대 예상시기가 다가고 오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전력 보릿고개’를 2주 정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휴일인 이날 전남 나주 소재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방문해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과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박 차관은 "7월 넷째 주부터 8월 셋째 주의 약 4주간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전력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전력 수급 관리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올해 장마가 오는 27일 전후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주 본격적인 폭염 또는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날씨가 더워지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다.
다만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이 이번 주부터 대부분 휴가에 돌입, 다음달 둘째주 복귀할 때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 사용량 증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전력난 예고편은 정부의 예상시기보다 한 달 먼저 이미 나타났다. 지난 7일 최대전력수요는 9만2990M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여름철 기준전망치 9만1700MW를 1290MW를 초과했다. 다음달 둘째주로 예상한 올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기준 전망도 한달 빠르게 초과했다. 기존 기록인 2018년 9만 2470MW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미 갱신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마다 전력수요는 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겨울철도 마찬가지다. 2021년 1월에는 혹한으로 예비율이 이례적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바 있다. 올 겨울엔 가스가격 폭등까지 겹쳐 공급 여건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전력수급 비상사태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아예 없다고 단정 짓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올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최저 5.4%에 그치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관리를 철저히 하고 추가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정부 및 전력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기업체의 자발적 수요감축 등을 통해 국민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지난 문재인 정부는 물론 현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내 현실에 맞춘 전력 공급이 녹록치 않다.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원전 활용을 늘릴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전과 함께 ‘기저발전’으로 분류되는 석탄화력발전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복합 발전도 현실적으로 더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여름철 전력 수급 점검을 위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중앙제어실을 찾아 발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석탄발전, 여전히 발전비중 30% 넘지만 줄줄이 폐쇄 계획만 남아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석탄발전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는 통상 연료가 저렴한 기저 발전인 원전과 석탄발전을 먼저 가동한 뒤 LNG 발전, 유류 발전 등의 순으로 가동하는데,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는 원전과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다.
실제 지난해 7월 연일 폭염 지속에 따른 전력 수급 우려가 잇따르자 정부는 석탄화력 발전 상한제를 풀면서까지 사실상 ‘풀 가동’했다.
전력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5.3GW 가운데 90%가 넘는 30GW가 매일 가동했다.
특히 7월 27일 오후 5시에는 전국에 설치된 58기 가운데 환경개선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가 ‘풀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91.4GW까지 치솟아 111년 만에 가장 더운 2018년 7월 24일 92.5GW 이후 가장 높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피크 시기에는 석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발전소가 돌아가야 한다"면서 "특히 석탄은 한번 가동하면 껐다 켰다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낮 시간대 발전을 하려면 밤에도 돌려야 해 사실상 24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폭염 속에 정비 중인 원전도 가동하고, 폐지됐던 석탄발전도 돌리겠다고 검토했다"며 "석탄발전이 풀 가동됐을 때도 대기질은 매일 ‘좋음’을 나타냈다"면서 "앞으로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이 발전하면 기저 전원들의 가동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 긴급 상황에서 주변국으로부터 당장 도움받기 쉽지 않은 ‘에너지 고립 섬’으로 지적된다.
이런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한다면 원전, 석탄, LNG 등 각 발전원의 장점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각자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전국에서 35기가 가동 중인데,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30%가 넘는다.
다만 앞으로는 신규설비 계획이 없다. 더 나아가 지난 정부에서 노후석탄발전 10기를 조기폐쇄한데 이어 탄소중립 추진 계획에 따라 2050년까지 전면폐지될 예정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신할 재생에너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태양광 발전설비를 집중적으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 비중은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수립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신규석탄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 같은 기저발전은 신한울 3·4호기가 유일하다.
이후로는 노후석탄화력발전 폐지와 LNG전환 등인데 LNG전환은 현재 지역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막혀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차 전기본에 따르면 연간 최대전력수요는 2034년 10만 2500MW로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민간석탄발전소 외에는 추가로 반영할 석탄화력발전은 없고 LNG복합화력발전으로의 전환은 현재 민원 등으로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겠다고 판단되면 계획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며 "원전 수명 연장이나 기존 석탄화력발전의 예비 전원, 백업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10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 반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신한울 3·4도 2030년까지 완공 어려워…2025년 이후 기저발전 추가 없어
산업부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도 2030년까지는 완공이 불가능하다. 즉 오는 25년까지는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의 원전 4기 외엔 추가적인 공급능력 확보가 어렵다. 또한 설계 수명 연장을 통한 노후 원전 계속 운전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해 즉각적인 가동여부는 불투명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10% 미만이며 에너지가격 급등세와 전력시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 상한제 등으로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에너지믹스 다원화를 통한 에너지안보를 제시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과 화석연료 활용을 확대 수급계획 현실 맞게 세우고 해당 발전기도 늘려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지속 확대는 여전한 간헐성과 경제성 등 문제점 보완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 내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백업 발전량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실제 신재생 비중이 높은 유럽이나 호주 등은 올해 에너지수급 위기가 닥치자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로 천연가스 수요가 폭증해 요금이 치솟는 골치를 앓았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유럽도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를 포함해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이 때문에 전력설비에 대한 계획인 전기본은 다른 계획과 달리 2년에 한 번씩 수립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