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산 합의 두고 입장차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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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CI. |
◇ SKB "전용회선 이용했으면 대가 지급해야"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5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번 변론에서는 SKB 측 기술 관련 담당자 1명이 나와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4차 변론에서 다음 변론기일까지 넷플릭스가 SKB 망에 최초 접속할 당시 퍼블릭 피어링을 전제로 한 협상이 있었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와, 피어링 방식이나 과정 등 기술적 부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후 변론에서는 양측 기술 관련 증인이 나와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피어링 방식에 따른 합의 여부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4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2016년 망을 연결할 당시 비용 정산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변경할 2018년 당시 SKB가 비용 정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SKB는 "무상과 무정산은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애초에 무정산 합의는 일절 없었으며 청구 기간은 2018년 5월부터라는 일관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SKB는 2016년 시애틀 연결 당시에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애초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2018년 도교 연결 시점부터는 프라이빗 피어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퍼블릭 피어링이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든 콘텐츠 사업자(CP)든 상관없이 포트 비용을 낸 누구나 트래픽을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다.
SKB 관계자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은 트래픽이 많을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이에 트래픽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일본으로 연결지점 변경을 제안했고 이때부터는 양사만 소통하는 ‘전용회선’으로 프라이빗 피어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갈길 아직도 멀다…합의 가능성은?
SKB와 넷플릭스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소송은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항소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결과에 불복할 경우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양사의 의견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협의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공방이 가열될수록 시장이 입는 피해는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SKB 관계자는 "이용료를 받지 못하면 연결을 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며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가는 것이고, 일방적으로 연결을 끊은 SKB도 막대한 패널티를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회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법안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망을 활용할 때 일정 수준의 대가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힘겨루기에 몰두하는 사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CP들의 정당한 망 사용료 지급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소송 흐름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SKB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SKB가 넷플릭스에게 받을 망 이용료 규모는 1000억원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SKB "넷플릭스가 SKB에 미지급한 망 이용대가 규모는 7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매년 300억 가량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선 1심에선 273억원을 인정했는데, 정확한 금액 산정을 위해 법원에 감정을 신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soj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