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신임 회장 "신한울 3·4호기 후속 신규 대형 원전 추가 건설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8.28 13:10

"원전 비중 30~50% 적절…미래 전력수요·재생에너지 기술발전 따라 결정될 것"



"원안위 투명성 높아졌지만 전문성·독립성 강화돼야…구성 등 재검토 필요"



"원자력 국제 경쟁력, 탈원전 광풍에 약화돼 아쉬워…원자력 저력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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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신임 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대담=구동본 에너지환경부장(부국장), 정리=전지성 기자, 사진=송기우 기자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원전은 언제든 멈출 수 있다. 제대로 차근차근 기반을 다지지 않고 몇 번 실수를 하다 보면 간신히 회복한 기반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 튼튼한 미래 지속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동의 등과 관련된 기본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5년이 돼야 한다."

백원필(62) 한국원자력학회 신임 회장은 다음달 1일 취임을 앞두고 2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방향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펼쳐진 탈(脫)원전·친(親)원전 갈등을 넘어 원자력 안전 강화, 신기술 개발·생태계 육성·수출 역량 강화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원필 신임 회장은 마침 지난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바라카원전 이후 13년 만에 이집트에서 대규모 원전 수주에 성공,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제시한 윤석열 정부 ‘원전 강국’ 비전의 첫 성과를 나타낸 것과 관련, "민간 대기업도 함께 한다면 앞으로 수출확대에 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수십년간 원자력기술, 특히 안전 관련 연구에 몰두해 온 백 회장에겐 지난 5년간 탈원전 정국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등을 거쳐 부원장, 원장직무대행을 역임한 자타공인 원전 기술·안전 분야 권위자다.

정통 공학자인 그가 원자력계의 최대 과제로 내세운 것은 바로 ‘소통’이다. 국민들에게 안전문제를 비롯한 원자력 관련 정보들을 신속·정확하면서도 쉽게 제공해 신뢰를 얻어야만 원전 생태계가 지속·발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외에도 출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한 신규 대형 원전 추가 건설을 통해 원전 비중을 30~50%까지 확대하는 게 적절하다"며 "민간 대기업들도 원전 수출·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안위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하는 등 원전 건설과 안전 관련 규제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백 신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학회장 취임 소감 및 각오 한 말씀.

▲ 매우 중요한 시기에 한국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원자력학회장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원자력계 내·외부, 특히 국민과 잘 소통하면서 지속가능한 원자력 이용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지난 몇 년간은 탈원전 정책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한국 원자력의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원자력 기술기반과 국민 지지기반을 크게 강화하지 않으면 탈원전의 망령이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최상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합리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정책을 개발해 제시하고, 우리 학회가 중요한 원자력 이슈들에 대한 기술적·정책적 토론의 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겠습니다. 안전문제를 비롯해 원자력 관련 정보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제공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 과거와 다른 학회의 새로운 사업 구상이 있다면.

▲ 무엇보다 원자력 및 에너지정책 싱크탱크로서의 학회 기능을 강화하려 합니다. 지난 평의원회에서 원자력 이슈 및 소통위원회를 이슈위원회와 소통위원회로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석부회장이 맡는 이슈위원회에서는 원자력과 관련한 중장기적 이슈들에 대해 깊은 토론을 거쳐 학회 차원의 정책을 개발하고 제시하려 합니다. 학계 부회장이 맡는 소통위원회에서는 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 중점을 두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원자력 및 에너지 관련 학회, 원전 지역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외국 원자력학회, 국제기구 등과의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전력계통 분야를 포함한 에너지 관련 학회들과는 공동워크숍이나 TF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맞는 에너지믹스와 실현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공동 연구도 추진하려 합니다.

- 이번 이집트 원전 수출의 의미는.

▲ 핵심설비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사막지역 첫 원전인 UAE 수출사업의 성공이 가져온 후속 수출이라는 의의가 큽니다. 국내 업체들의 자금 수혈에 도움이 되고, 향후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인 원전 수출을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원전 수출 전망은 어떤가.

▲ 원전 수출 동력을 몇 년간 잃었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므로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협력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최강대국 미국이 워낙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원전 수출에 나서고 있어서 협력하면서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세계의 원전 공급국으로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러시아, 중국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는 결국 서로 양보하면서 타협하여 윈-윈 관계를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일부 약화된 측면도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기존 원전 수출체계에 민간 대기업의 역할까지 잘 결합되면 정부 목표대로 10기 수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 현 시점에서 원전이 왜 필요한가.

▲ 원전 이용 확대는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경제성, 산업경쟁력 등의 관점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제조업 중심국가이자 에너지 섬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더욱 중요하며,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위한 에너지믹스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준(準)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윤 정부 임기 내 원전 확대 실현이 가능한가.

▲ 원전 산업체계가 상당부분 훼손되고 원자력에 불리한 정책들이 도입돼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훼손된 산업체계의 복원과 인력 확보, 불합리한 제도의 합리적 정비, 건설 중인 원전들의 적기 완공, 가동원전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영, 신한울 3·4호기의 신속한 건설 착수,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들에 대한 엄격한 안전성 확인 후 계속운전, UAE 원전사업을 잇는 신규원전 수출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네요. 사용후핵연료 안전 관리 절차의 법제화와 올해 예타(예비타당성검토)를 통과한 혁신형 SMR 개발의 차질 없는 추진도 중요하고, 신한울 3·4호기 후에도 신규원전 건설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신규 원전부지 확보도 추진해야 합니다.

- 원안위 활동 평가 및 개편 방안은.

▲ 현재의 원안위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인 2011년 10월 독립 행정기구로 발족했습니다.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와 160여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무처가 있고, 산하 전문기관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있습니다. 원안위는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핵심 가치로 천명하고 있는데, 실제로 원자력 산업 및 진흥 분야와의 독립성이 강화되었고, 위원회 회의 속기록 공개 및 의사결정 과정의 민간참여 확대 등 안전규제 과정의 투명성도 크게 개선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규제의 전문성 등 다른 가치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독립성 관점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의 독립성이 크게 미흡한 상황입니다. 전문성 문제는 원안위 사무처와 전문기관을 통합하거나 전문기관의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독립성 문제는 위원회 구성과 운영, 위원 자격, 선임 방법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임위원 확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아는데, 단편적인 개편보다는 규제체계 전반을 심층 분석하여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상적인 원전 비중 등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안은.

▲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에 대한 객관적·과학적·종합적인 심층분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나온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목표만 있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영향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아서 비난을 받았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30~50% 수준이 적절할 것으로 봅니다. 구체적인 비중은 미래 전력 수요와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발전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 비중인 25~30%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가 필수적이어서 실제 원자력 발전량이 크게 증가해야 합니다. 신규 대형 원전의 추가 건설, 가동원전의 계속 운전, SMR 도입 등과 함께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도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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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신임 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안전 위험성, 경직성, 계통-대규모 중앙집중식 건설 등 원전의 취약점 또는 한계에 대한 설명은.

▲ 상당수 국민이 원자력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지하기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에 대한 불신이라 생각합니다. 원전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들을 반영하더라도 다른 발전수단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안전 실적을 보여왔습니다.

우리나라 원전들은 대형 사고를 일으켰던 원전들과 설계가 크게 다르고, 특히 일본과는 지진, 쓰나미 등 자연조건도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전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고 가능성이 훨씬 낮고, 사고 시 현실적으로 발생가능한 방사능 누출도 훨씬 작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안전에 대해서는 방심하지 말고 안전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과학기술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았으나, 국민 수용성이 해결의 열쇠가 되어 있습니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등에서는 국민의 동의 하에 지하 500미터의 동굴에 처분하는 방법으로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여야 합의와 국민공감대 하에서 실사구시적인 해법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직성 문제나 중앙집중식 건설 문제는 심각하게 보지 않습니다. 전력계통이 완전히 고립된 우리나라의 경우 30% 내외의 기저전력은 원자력이 일정한 출력으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이상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및 간헐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므로 신규 원전은 부하추종 운전 능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특히 SMR은 부하추종운전이 더 쉬울 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단 등 에너지 수요자에 좀더 가깝게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고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분산전원의 역할이 제한적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조차 새만금, 전남 신안 지역 등에 집중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요. 태양광, 풍력은 간헐성과 변동성이 극심하므로 집중건설에 따른 송전 문제 등이 원자력보다 더 심합니다.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신재생이든 상당수의 대형 발전시설을 수요지와 먼 거리에 집중 건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와 전력계통 시설 및 운영방식의 개선으로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뿐입니다.

- 문재인 정부서 왜 탈원전했다고 보는가.

▲ 당시 후쿠시마 사고와 원전 부품비리 문제 등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문제의 이념화·정치화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때에도 정권 초기에는 원자력에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이 추진되었으나, 정권 중반 이후 우리 현실을 깨닫고 원전 건설을 다시 추진했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반원전 세력이 정권 핵심에 너무 견고하게 자리잡았고, 일부에서 이권세력화한 측면도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에서 과학과 데이터, 전문가들이 무시되고, 운동가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습니다.

-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산업의 피해는.

▲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원전 산업체계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일감이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많은 중소·중견 업체들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조직을 축소 또는 폐업했습니다. 주요 대학의 관련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미래가 취약해졌습니다. 작년부터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탈원전을 비롯한 정부 에너지 정책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아쉬운 것은 UAE 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우리 원자력의 국제 경쟁력이 가장 강했던 시점에 불어닥친 탈원전 광풍이 우리 원전이 세계로 뻗어나갈 동력을 크게 약화시킨 점입니다.

- 앞으로 탈원전을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얻어 누구도 함부로 흔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원전을 더욱 안전하고 투명하게 건설·운영하고, 빠른 시기에 제2의 원전 수출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국내 원자력이 여기까지 온 저력을 믿습니다.

- 에너지정책이 탈정치화하려면.

▲ 작년부터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도 에너지 문제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과학과 사실에 기반해 수립돼야 하며, 원자력, 신재생, 가스 등 에너지 생산분야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이나 수요관리 등 전 에너지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 최근 발표된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 정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아쉬운 점보다는 빨리 움직이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미흡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높이면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뤄졌던 사업들을 최단 시일 내에 재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SMR 기술수준과 국내 개발 현황 및 가능성은.

▲ 우리나라는 SMR인 SMART를 개발하여 수출 직전 단계까지 갔었고, APR+ 개발 및 표준설계인가, 혁신형 원자로 I-POWER 개념설계 등을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개발 주체들이 그대로 있으므로, 최근 예타를 통과한 경수로형 혁신형 SMR(i-SMR)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전기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선박 추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비경수형 SMR 개발도 진행 중이며, 2030년대 중반에 상용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관련하여 SMR 개발과 사업화에 수요자이기도 한 민간의 실질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최근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외국 SMR 사업에 참여하는 등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물론 시장 확보 문제, 안전규제 특히 인허가의 불확실성, 극심한 경쟁, 국민수용성 등 걸림돌을 효과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 한수원의 기능 재정립 방안은.

▲ 한수원 구조 개편을 말할 시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원전 수출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저탄소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과 수력 발전을 책임지는 한수원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제도를 적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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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신임 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전력구매시장 및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향은.

▲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전력구매시장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전기요금은 원가를 반영하여 현실화하고,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대폭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녹색분류체계서 원전이 친환경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 충족할 수 있나.

▲ EU(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는 EU 국가들의 에너지 상황과 국가 이익을 반영해 합의된 것으로, 우리나라가 그 기준에 따라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은 EU 분류체계와 같은 복잡한 조건 없이 원자력을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던 EU에서조차 원전 건설과 계속 운전, 그리고 미래형 원자로 개발 활동을 지속가능 경제활동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EU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있어서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제약요인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택소노미에서는 EU 택소노미의 조건들은 참고하되 우리 여건을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원전 해체산업 육성 방안은.

▲ 계속운전 추진 등으로 이제 막 시작하려는 해체산업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 원전의 해체를 외국에 의존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계획된 해체연구소 설치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내 원전 해체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들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책은.

▲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할지, 재처리해 재활용하는 방법을 택할지에 대한 국가 정책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직접처분을 기본으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를 추진하면서도 재활용 및 처분부담 감소를 위한 연구개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파이로 기술개발이 대표적이지요. 최근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사용후핵연료를 자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대책은 현시점에서 최상의 과학기술과 국민 공감대를 기반으로 대책을 추진하되, 수십 년 또는 100년 이상의 기간에 과학기술 발전과 다른 환경 변화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 추진, RE100 등 전망은.

▲ 탄소중립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고, 이를 위한 에너지전환도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다만, 국제협약이나 각국이 선언하고 있는 목표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다양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한 실사구시적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조달)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캠페인인데, 재생 전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뚜렷한 한계를 지닌 재생전기 100%가 아니라 무탄소에너지 100%(CF100)이 중요하므로, 원자력을 포함한 CF100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UN에서 이미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 운동(24/7 Carbon-Free Energy Compact)을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공급망에 묶인 대기업들에게는 현존하는 RE100 캠페인이 큰 압박이 될 수도 있으므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 백원필 회장 프로필

◇약력 △1960년 전북 고창 출생 △전주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KAIST 원자력공학과 석·박사 △1984~1987 한국중공업 △1991~2000 KAIST 신형원자로연구센터 △2001~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안전연구부장,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부원장, 원장직무대행 역임) △공저서: 원자력안전(1997), 원자력 논쟁(2017),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논란과 진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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