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일개의 툰베리, 일국의 환경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8.28 18:00

에너지경제 이진우 성장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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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이진우 성장산업부장.


다큐멘터리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지난 주말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의 출품작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를 TV로 시청했다.

스웨덴의 10대소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기성세대와 선진국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 작품이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6차례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6월 4주간 개봉돼 2296명 관객이라는 ‘미미한 관심’을 끌어모으는데 그쳤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영화는 툰베리의 기후변화 위기 호소와 행동, 환경보호주의자와 좌파진영의 열렬한 호응과 연대시위, 우파진영의 폄하와 인신공격을 가감없이, 차분하게 보여주었다.

극중 툰베리의 발언 중 가장 인상 깊고 필자의 폐부를 찔렀던 말은 기성세대와 선진국 정부들이 미래세대들에게 기후변화 위기 관련 거짓말을 하고 장밋빛 ‘희망고문’을 가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즉, 현재의 기후변화가 심각하지 않다거나 기후 위기 개선을 구두로 밝혀놓고는 실제 행동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로 ‘죽어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낙관론을 심어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툰베리 주장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기후위기의 피해가 갈수록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현실 삶 속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현상은 부인할 수 없다.

전체 유럽의 3분의 2 지역이 500년만의 최악 가뭄에 시달리며 강 바닥이 드러나고, 1500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은 서부에서 불난리(산불), 동부에서 물난리(홍수)를 겪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도 올해 폭염 시기가 빨라지면서 수도권에 6월 열대야가 첫 발생하고 폭염일수도 길어진 반면, 장마철이 지난 뒤 수도권에선 2~3주간 기록적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후변화의 시계침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툰베리는 부모세대들이 저질러 놓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왜 자식세대가 떠안아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항변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같은 툰베리의 간청도 과학자들은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기후 재앙이 미래가 아닌 현세대로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후(WMO)는 2021년 보고서를 내고 지구가 온난화뿐 아니라, 해수온도와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를 가져와 지구의 기후변화 자정능력을 심각하게 상실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기후 위기를 전지구적 문제로 인식해 선진국 중심으로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행 속도는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6일 우리 환경부는 대구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에서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환경규제혁신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환경부 보고 내용 중 핵심은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이었다.

윤 정부 출범으로 환경부의 정책도 변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우려스러운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를 경제부처라고 보았듯이 환경부도 경제지원 부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날 환경부 장관은 "과거에 추진되었던 환경규제 혁신은 환경개선에 대한 국민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에 치중하다보니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국민과 기업이 함께 바라는 환경규제 혁신임을 강조했다. 논리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환경정책의 최후보루여야 할 부처가 자연환경과 인간다운 삶의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규제’라고 보는 인식 자체부터가 잘못이다. ‘일국의 정부부처’가 일개 십대소녀보다 얕은 환경 가치관을 가진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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