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올해 30조 적자 전망…2073만 가구당 연간 150만원, 월 12만원 정도 부담하는 셈
- 영국, 프랑스 등 OECD 선진국들 요금 폭등세
- "韓 가정용 전기요금, OECD 뒤에서 4번째...연료비연동제 정상화 등 요금 인상 공론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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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대란에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이 올해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수가 약 2073만이니 가구당 연간 1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분을 한전이 떠안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로 다수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요금 폭등세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가스·전기 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2022년 4월부터 에너지 요금을 54% 인상했다. 가구당 평균 114만원이 인상된 셈이다. 프랑스 전력의 70% 상당을 공급하는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이달 정부에 전기요금 상한제로 83억4000만유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상한제 폐지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공기업인 한전이 일반 가구의 요금 폭등을 막고 있으나 이로 인해 한전의 공사채가 최대치까지 발행되는 등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전은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발전 연료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기를 팔수록 손해 보는 사업구조를 갖게 됐다. 이에 한국전력 내부는 물론 에너지업계, 정치권에서도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이 제기된다. 연간 요금 인상 kWh당 5원 상한을 폐지하는 등 연료비연동제 정상화를 위해 국민 공론화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물가상승 압력에도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요금을 올해 3분기 현행 연료비 연동제의 연간 조정 한도인 KWh당 5원 인상했다. 하지만 한전의 올해 적자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는 연간 조정 한도를 고쳐서라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최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많이 누적돼 있어 조금씩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물가 상황이 만만치 않아 정부도 고민이 많다"며 "4분기에도 인상 요인과 함께 물가 부담 및 국민 생활에 대한 영향을 같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선진국들 가운데서도 저렴한 수준이며 소비량은 최상위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h(1㎿h=1000㎾h)당 103.9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멕시코(62.9달러), 노르웨이(82.6달러), 튀르키예(터키·102.7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저렴한 수치다. OECD 평균 전기요금 170.1달러의 61% 수준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독일(344.7달러)이었다. 일본의 전기요금은 ㎿h당 255.2달러로 한국의 2.5배 수준이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3달러로 OECD 34개국 중 22위였다. OECD 평균(107.3달러) 대비로는 88% 수준이었다.
반면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1만134㎾h로 캐나다(1만4098㎾h), 미국(1만1665㎾h)에 이어 3위였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인구 1인당 전력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금수준 현실화와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구조 개선을 위해 단계적 요금 인상으로 원가회수율 100%를 달성해야 한다.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조정 등 전기에 대한 직접과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가격 왜곡은 에너지 소비 비효율을 초래해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전력은 특히 가격왜곡이 발생하는 경우 다른 에너지원보다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촉구했다. 그는 "비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는 시장실패를 개선해야 하나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요인보다 정책적 판단이 우선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