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尹대통령 믿을맨 당내 ‘윤핵관’ 뿐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4 14:37

에너지경제 구동본(에너지환경부장/부국장)

구동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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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그 당이 주요 선거에서 3연승을 한 집권 정당인가 싶다. 추악한 권력투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해서다. 집권당으로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훼방꾼 역할을 하는 데 작정하고 나선 것 같다. 경제 복합위기가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와 싸우느라 지쳐 민생도 가뜩이나 어렵다. 위기극복 해법과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기국회도 시작됐다.

집권당이 이런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이 뒤엉켜 듣고 보기 민망한 언동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마따나 정말 ‘구질구질’하다. 국민 실망감, 안타까움을 넘어 불편감을 준다. 아니 화나게 한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국민의힘 내분이 표면화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7월 8일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였다. 이 징계는 사실상 대표직 수행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징계 사유도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성 관련 의혹으로 정치인 생명에 치명적인 도덕성을 건드린 것이다. 당은 더 나아가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여 만인 지난달 9일 이준석 대표의 대표직까지 박탈했다. 국민의 공감은 물론 당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상황’을 이유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친위 쿠데타’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공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호영 비대위 출범 주도가 이 쿠데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내부총질’ 문자는 당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으로부터 약 보름여만인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 보낸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비대위 출범도 당내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1위인 당대표를 몰아내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렇잖아도 30대 나이의 젊은 이 대표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대표 대장놀이’ 한다며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있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뭔가 시나리오에 의해 ‘이준석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연히 이런 시중 여론을 모를 리 없다. 곧바로 반격이 시작됐다. ‘개고기’, ‘양두구육’ 등 거친 말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비판했다. 현 정권을 신군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뒤에서 자신한테 "이 새끼 저 새끼 했다"며 사적인 대화내용까지 깠다.

이 대표의 이런 처신은 사실 여부를 떠나 비호감에 지지율까지 낮은 대통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윤핵관은 이 대표가 만든 일종의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이 대표가 당초 의도했든 안 했든 먹혀 든 것 같다.

본인도 상처를 입었다. 윤핵관 좌표 찍기에 본인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당 민주화나 개혁을 외쳤지만 당에 칼 꽂은 당 대표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 대표의 대응은 어이없고 분한 마음에 벼랑 끝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막 나간 것이다. 정치엔 금도가 있고 당 대표라면 절제가 필요한데 이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로 풀 수 있는 사안에 사법 대응한 게 옳다고 볼 수 없지만 법정으로 끌고 갔으면 자중하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자극, 건너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자꾸 과도하게 흥분한 것처럼 보여졌고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새삼스럽게 정당 민주주의도 꺼냈다. 이러니 성 상납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니 정면돌파를 선택, 국면전환해 의혹을 물타기 하려 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단이 이렇게 된 것엔 무엇보다 본인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우선 본인으로선 치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징계 사유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 분명치 않다. 지난 대선 때로 돌아가면 그가 정권교체의 공을 세웠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으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찍힌 것도 사실이다. 엄중한 대선 때 그 난리 쳐놓고 무사할 줄 알았다면 그게 이상하다.

대통령 후보일 때와 대통령일 때 신분 자체가 다르다. 똑같이 봤다면 착각이었거나 순진하다. 대선 때 몽리가 천하를 얻은 대통령에게도 통할 리 없다. 되돌아보면 대선 때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엔 이 대표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응석 또는 어리광 피우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사실 직접적인 징계 사유보다는 대선 때 괘씸 죄가 더 컸다.

정치판은 그리 만만치 않다. 온갖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이다. 내 편 네 편 나눠 줄 세우기하며 반대편에 보복·응징하는 곳이다. 이 대표는 아직도 그 걸 몰랐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법원은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정지가 결정됐다. 절차 자체는 정당했을지 모르지만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만 갖춘 것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윤핵관 등이 ‘비상상황’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당 지도체제를 와해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이에 이 대표는 대표직을 되찾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6개월 징계 기간 종료 후 복귀, 당 대표 직무 수행 가능성도 열렸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 중심 세력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뒤 이 대표의 직무 복귀도 끝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앓던 이 빼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결국 윤핵관의 힘은 앞으로 다소 약화하더라도 계속될 것 같다.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당권을 쥐면 대리인을 세우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핵관 중 핵심으로 꼽혔고 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던 장제원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의 2선 후퇴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는 이미 새 비대위 출범 후 거취를 정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인적 개편을 통해 윤핵관과 가까운 인사들도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으로선 이제 와서 윤핵관까지 완전히 내치기 쉽잖아 보인다. 당내 권력싸움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력 밑천이 다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선이 굵고 포용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윤 대통령이 요즘 소인배로 평가받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물론 안철수·최재형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제대로 품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오빠오빠 따랐다는 나경원 전 의원조차 윤 대통령과 서먹한 사이로 바뀐 것 같다. 윤핵관 말고 당내에 ‘믿을 맨’이 많지 않아 보인다.

국정은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정부 만 움직여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권당의 뒷받침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조강지처 내치고 잘 된 집안 본 적 없다. 윤 대통령은 당내 갈등을 조기 수습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치 책사라도 둬라. 이준석 대표든, 윤핵관이든 똘똘 뭉쳐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도 아쉬운 판이다.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 "당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표현은 정직하지 못하다. 딴청 부리는 것이다. ‘내부총질’ 문자할 정도면 당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안다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권교체된 것 아니다"는 나경원 전 의원의 진단을 곱씹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겸손과 절제, 진정성과 포용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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