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중·CJ그룹 등 대기업서 신한금융까지 지분 교환
로봇·금융·콘텐츠·모빌리티까지 사업 영역 넓히며 몸집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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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디지코(DIGICO) 전환을 추진 중인 KT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지분동맹을 발표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진두지휘하는 현대차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리딩하겠다는 전략이다. KT가 국내 대기업과 신사업 확대를 위해 지분동맹을 맺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쟁쟁한 우군을 확보한 KT의 전략에 이목이 집중된다.
◇ ‘현대차’ 우군으로 맞이한 KT…미래 모빌리티 ‘최강자’ 꿈꾼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주 현대차그룹과 지분을 맞교환 하는 ‘혈맹’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T 자사주 7.7%(7500억원)를 현대차 지분 1.04%(약 4456억원), 현대모비스 지분 1.46%(약 3003억원)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양사 모두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했다. 양사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분야에서 차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데 중점적으로 협력하기로 뜻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이번 지분 맞교환이 가져오는 실익이 어느 쪽에 더 큰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두 기업 모두 "얻을 것을 얻었다"는 평가가 강하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통신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기지국과 위성 인프라를 모두 갖춘 KT와의 협력은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KT 입장에서는 글로벌 기업 현대차를 우군으로 맞이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엄청난 우위를 점하게 됐다.
◇ 현대重·신한금융·CJ 이어 현대차까지…협력으로 신사업 이끈다
현대차가 국내 기업과 지분 동맹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KT의 경우엔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KT는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와도 4375억원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혈맹’을 맺었다. 상호 지분교환은 아니지만 지난 2020년 6월 현대중공업그룹 산하의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하며 로봇 분야 우군을 확보했고, 올해 3월에는 CJ ENM으로부터 KT스튜디오지니에 대한 1000억원대 투자를 이끌어내며 콘텐츠 분야 동맹을 맺었다. 로봇, 금융, 콘텐츠, 모빌리티까지 사실상 KT가 힘을 주고 있는 신사업의 대부분을 지분동맹을 통해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남아있는 신사업 분야에서 또 ‘지분 동맹’이 재현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다. 이해성 KT 디지털 헬스 P-TF 상무는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에서 "KT는 헬스케어를 하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내 제약사나 스타트업 등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KT 지분동맹 현황>
2020년 6월 |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그룹)에 500억원(10%) 투자 |
2022년 1월 | 신한금융지주와 4375억원 지분 맞교환 |
2022년 3월 |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9.1%) 투자 |
2022년 9월 | 현대차그룹과 7500억원 지분 맞교환 |
◇ 우군 얻은 KT…구현모 대표 연임에도 힘 실릴까
일각에선 KT의 잇단 지분 동맹이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 동맹으로 그간 저평가 됐던 KT의 기업가치가 재조명 되고 있는 데다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지주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KT 지분을 합치면 약 13%로,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율(10.87%)보다 높다. 그 동안 국민연금은 KT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분 동맹은 대표이사의 업적이나 단순 주가부양을 위한 것이 아닌 신사업의 연속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적 판단"이라며 "‘디지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