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고유가·고금리 속 해외수주에 거는 기대감
오일머니 대거 유입되는 중동 건설시장 주목해야
▲국내 주택시장 분양실적 및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 해외건설협회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세계 경제가 연속적 금리급등 및 달러 초강세, 러시아의 가스 수출 통제에 의한 고유가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는 현 상황을 실감하고 해외 건설시장 집중 공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5일 해외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하강 국면에 진입한 국내 부동산 시장 공략을 뒤로 하고 중동지역을 비롯한 해외 사업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만큼 국내외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주택 분양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기조가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를 움직였고, 또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 통제도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건설업계가 중동 건설시장을 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의 1400원 저항선이 뚫리는 등 이른바 ‘킹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갈 전망이기에, 단기 환차익이 해외건설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해외 현장에도 자재값, 노무비 등이 오르는 영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달러 강세는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따르면 해외건설 수주액이 이날 기준 224억95만 달러(현재 기준 약 32조103억원)를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수주건수는 389건으로 전년 340건 대비 14%, 시공은 2248건으로 전년 2057건 대비 9% 늘었다. 연말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가 기대되는 대규모 해외 사업장이 많아 올해 목표치인 300억달러는 무난하게 돌파할 전망이다.
이러한 견인차 역할은 대형건설사의 성공수주 영향이 크다. 올해 업체별 수주액을 보면 삼성물산이 49억547달러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24억8488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24억3517만 달러) △롯데건설(14억2330만 달러) △현대건설(10억9493만 달러) △대우건설(10억180만 달러)이 10억 달러 이상 계약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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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명 | 계약건수 | 계약금액(달러) | 국가 | 주요 계약 현황 | 계약일자 | 기간 계약 금액 |
삼성물산 | 5 | 49억547만 달러 | 카타르 | 카타르 에너지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 | 6월 28일 | 6억3787만 달러 |
현대엔지니어링 | 9 | 24억8488만 달러 | 인니 | 롯데 뉴 에틸렌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 1월 07일 | 7억5946만 달러 |
삼성엔지니어링 | 6 | 24억3517만 달러 | 말련 | 쉘 로즈마리 & 마조람 육상 가스 프로젝트 | 7월 12일 | 6억8452만 달러 |
롯데건설 | 6 | 14억2330만 달러 | 인니 | 라인프로젝트(공사/설계/구매) | 1월 07일 | 14억1000만 달러 |
현대건설 | 2 | 10억9493만 달러 | 필리핀 |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456 공구 | 9월 18일(접수) | 13억3400만 달러 중 90% |
대우건설 | 2 | 10억180만 달러 | 나이지리아 | 와리 리파이너리 긴급보수공사 | 8월 01일 | 4억9232만 달러 |
두산에너빌리티 | 2 | 9억8789만 달러 | 사우디 |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플랜트 | 8월 02일 | 6억3960만 달러 |
SK에코엔지니어링 | 1 | 5억8768만 달러 | 미국 | SVM Absolics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파일럿 공사 | 9월 03일 | 6210만 달러 |
GS건설 | 6 | 5억492만 달러 | 오만 | 바르카 5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및 운영 사업 | 3월 17일 | 1억4863만 달러 |
실제로 최근 현대건설은 필리핀 철도사업에 이어 쿠웨이트 항만 공사도 수주하며 해외수주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18일 필리핀 교통부가 발주한 총 13억3400만달러(1조9000억원) 규모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4·5·6 공구 공사의 낙찰통지서를 접수했다. 이 사업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 도심에서 남부 칼람바를 잇는 총연장 56km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은 전체 규모의 90%인 1조7000억원을 수주했다.
또 지난 22일에 수주한 슈웨이크 항만 공사는 기존 슈웨이크 항만 약 1.3km 구간을 개선 및 확장하는 공사로, 공사금액은 1억6000만 달러(2200억 원)다.
다른 건설사들 역시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에 6억3787만 달러 규모 카타르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지난 7월 19억1433만 달러 규모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공장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같은 달 말레이시아에서 발주한 6억8452만 달러 규모 쉘 로즈마리&마조람 육상 가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 롯데 뉴 에틸렌 석유화한단지 7억5946만 달러, 폴란드 SK넥실리스 동박공장을 2억6751만 달러에 수주했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지난달 4억9233만 달러 규모 나이지리아 와리 리파이너리 긴급보수공사를 수주하면서 하반기 실적을 올린 바 있다.
해외시장 성공수주 속 해외건설협회는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중동 건설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국가재정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중동 산유국은 최대 80~10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로 인해 재정 여건이 대폭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대형건설사들의 중동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4분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프로젝트 중 10억 달러 규모 항만공사를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카타르 라스라판 등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 하반기 목표한 수주를 체결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전했다.
정지훈 해외건설협회 연구원은 "국내 해외건설기업은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했다"며 "주요 경쟁 글로벌 EPC 기업들이 자기자본이익률이 악화된 점을 확인했기에 최근 중동에서 고전을 겪었던 우리 기업이 다시 중동에서 수주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