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도 가로주택 ‘붐’…건설업계, 정부 힘받고 사업 탄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26 14:17

기존 재건축 대비 6~7년 감축…정부 금융·세제 지원도 기대



현대건설, 지난해부터 강남권 연속 수주 ‘디에이치’ 적용



대우건설, 서울시 모아주택 연결 통해 비강남권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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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사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12·13동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강남권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반 재건축에 비해 추진 절차가 간편하고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시공사와 조합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형건설사들도 적극 진출하는 분위기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건설사들이 서울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다양한 유형의 소규모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비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 및 고분양가 인식 등으로 일반분양 시장이 주춤해진 가운데 소규모 정비사업이 건설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가로주택사업은 기존 가로구역(도로로 둘러싸인 구역)을 유지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2만㎡ 이내 소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일반 재건축 사업이 평균 9.7년 소요되는 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약 3~4년 가량 소요된다. 정비구역 지정이나 추진위원회 결성 등의 절차가 생략되고, 건축심의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향후 각종 금융·세제 지원 강화를 예고하면서 사업 탄력성에 대한 기대가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8·16대책에서 발표했듯 1가구 1주택 소규모 조합원 대상 지방세 감면을 위해 이달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추진 중에 있다"며 "이번 하반기에는 민간자금 조달 시 기금과의 기존 금리차 2.3~3.8%에서 약 2%p 보전하는 이차보전 제도 신설 추진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7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7-3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5층 1개동 120가구를 신축하는 것으로 공사금액은 약 1210억원이다.

본지가 방배삼호아파트12·13동 조합원 관계자 확인 결과 추후 현대건설과 가계약을 체결한 뒤 내달부터 조합원 분양을 추진할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A 대표는 "아무래도 삼호아파트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었던 것은 강남권이라는 매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권에서의 가로주택 붐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보면 서울 내에서 추진 중인 사업지는 141곳이다. 이중 강남이 8곳, 서초가 9곳, 송파가 14곳이다.

이미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도 지하 7층~지상 18층 총 68가구 규모 고급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하는 대치선경3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한 바 있다. 가로주택사업 최초로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적용한 ‘디에이치 대치역’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같은 달 지하 6층~지상 18층, 전용 75~137㎡ 95가구 규모 삼성역 역세권의 대치 비취타운 가로주택사업(908억원) 역시 하이엔드 ‘디에이치 삼성역’으로 선보이게 된다.

향후에도 강남권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지역에서 95가구 소규모단지인 서초구 방배대우아파트가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조합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강남구 삼성동 98 일대 역시 추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는 비강남권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모아주택 활성화 유도를 위해 가로주택 및 자율주택 층수 완화 등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 기준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서초아남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에 이어 7월에는 ‘창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따내며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창동1구역은 서울시 도봉구 창동 501-13 일원에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의 아파트 187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만 하기엔 사업성이 부족하지만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모아주택과 연계하는 등 우수한 소규모 정비사업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재건축 및 재개발보다 아파트 공급 시기는 빠르지만, 기반시설이 부족해 난개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강남권처럼 주택 수요자 층이 탄탄히 받쳐주지 않는다면 사업성이 크게 없을 것 같다"며 "소규모 단지는 인프라 부족 및 난개발 문제점이 있어 조합원의 1인당 분담금이 올라가는 등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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