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영끌족·빚투족은 원희룡보다 이창용이 더 밉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03 09:26

김지형 건설부동산부장

김지형반명함사진

#대기업에 재직중인 30대 중반 남성 K씨. 그는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상투를 잡았다. 영끌로 인천 송도에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속절없이 떨어지는 집값과 이에 반해 수은주처럼 올라가는 시중금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대출이자를 알리는 문자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 이번달 대출금리는 지난달 변동금리에 비해 1.5%p 이상 상승하면서 이자는 30만원 이상 불어나 200만원이 한참 넘었다. 이자를 알리는 문자만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초반 여성 H씨는 탄탄한 직장 덕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끌어모아 집값 급등기 이전 똘똘한 한채 매수에 성공했지만, 최근 3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일년여 전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최근 주담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좋았던 그에게 입사 이후 5% 후반대 금리는 처음이어서 당혹스럽다.

부동산을 보유한 국민들에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움직이는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보다 통화정책을 책임진 이창용 총재가 더 얄궂게 여겨지고 있다. 이 총재가 계속 부동산 보유자들, 대출을 많이 끼고 아파트를 산 이들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끌족, 빚투족이 많은 MZ세대에게는 직설적으로 엄포하고 있다.

그는 "지금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 집을 살 때 3% 이자율로 돈을 빌렸다면 그것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텐데 지금 경제 상황을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시종일간 영끌족, 빚투족은 이제 알아서 채무를 줄여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25bp씩 인상될 예정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수장인 이창용 총재의 매파성 발언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거침이없다. 교수겸 연구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전임 이주열 총재와 비교할 때 형식에 억매이지않고 더 장황하며 경고성 발언도 자주 언급한다. 그동안 개인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나라탓도 한은탓도 그렇다고 자기(이창용)탓도 아니니 빅스텝 밟지않는 것에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는 미국의 잭슨홀미팅 참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국제경제 심포지엄인 잭슨홀미팅에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로써는 처음으로 패널로 참여, 세션 발표자로 나서 현란한 영어 솜씨로 본인이 직접 준비한 연구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학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로인해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참고로 잭슨홀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이다. 이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뉴욕 증시를 포함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파월의 강한 긴축 발언에 우리나라 증시도 출렁였고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저항선인 1390원선을 뚫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수직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마지막주 13년3개월 만에 최고치인 1430원을 돌파해 향후 1500원 선을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까지도 파장이 크다. 이로인해 국내서도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이제 국토교통부에서 한국은행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일각에서 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는데, 국토부의 대규모 공급 계획으로 시장이 약세장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한국은행의 네 차례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 5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렸고,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사상 첫 네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직격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7월 빅스텝의 충격은 컸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7월 한은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를 단행한 후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한채 수요로 철통 같았던 서울 서초구 마저도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국내 부동산시장은 휘청이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3분기 수도권 집값은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지역본부 15곳이 기업체와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7∼8월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월평균 주택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지난 6월 말 대비 각각 0.27%, 0.26% 하락했다. 하락 폭이 지난 2분기(각각 -0.02%, 0.03%)와 비교해 크게 확대된 것으로, 7개 권역 중 가장 가파른 내림세를 보였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칼자루를 잡은 건 윤석열 대통령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아닌 이창용 총재가 아닌가 하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 대출금리는 4~7% 금리가 대세가 됐다.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는 연말 7%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말 7%이상으로 오른다면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를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은 해소 기미가 더욱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인상이 계속돼 2.75%~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추가 인상까지 예고해 영끌족, 빚투족은 이 총재의 입만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8·16대책을 통해 270만가구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구설에 오른 원희룡 장관보다 이창용 총재에 더욱 시선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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