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가격으로 ‘뚝’…6억 이하 ‘노도강’ 아파트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0 11:45

지난해 최고가 8억원 돌파한 단지들 1년 만에 제자리



이미 1억원 하락했지만 “더 낮아져야”…매수 관망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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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에 집값이 급등했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 호황에 7~8억원을 웃도는 등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6억원 이하에 거래되는 단지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대로라면 2년 전인 2020년 가격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 전용면적 66㎡는 지난달 22일 5억9800만원에 매매됐다. 2020년 6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6억원 이하로 거래됐다. 해당 단지 내 동일 면적 최고가는 지난해 5월에 기록한 8억4000만원으로 1년 사이에 2억42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상계동 상계우방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면적 내 6억원 이하에 거래된 경우는 지난 2020년 6월(5억6600만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8월에는 8억5000만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상계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자금 확보 등 꼭 매도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내놓은 급매물"이라며 "요즘은 집주인이 매물을 시세 대비 20% 정도 낮춰서 내놓더라도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준공한지 30년이 넘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자치구 중 하나로 재건축 기대감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서울 내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지난해 2030세대가 적극 매수에 나섰던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난 2020년 노원구에서는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매매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수요 집중 현상으로 시세가 높아지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집값이 하락세를 띠면서 다시 6억원 이하로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 전용 44㎡는 올해 전부 6억원 아래로 거래됐다. 가장 최근 거래인 지난달 22일에는 5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 6월에는 5억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7월 6억18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하더니 이후 6억4500만원까지 상승했지만 1년여만에 5억원대로 떨어졌다.

도봉구 쌍문동 현대1차 전용 70㎡는 지난달 22일 5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전인 지난해 9월(6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억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첫째 주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가격은 각각 0.36%, 0.37% 하락하며 서울 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노원·도봉·강북 등이 포함된 동북권의 매매수급지수가 73.2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매물 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아직 6억원 이하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는 단지들도 나타나는 양상이다.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노원구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0㎡는 지난달 22일 6억45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2020년 9월 실거래가 6억3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해당 단지 동일 면적은 지난해 9월에만 해도 8억7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 상승세가 빨랐지만 1년 만에 2억3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가격 하락이 이제 시작이라며 내년까지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금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격 하락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노원구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0년 실거래가보다도 더 떨어져야 사겠다며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무조건 처분해야 하는 매도인이 매수자가 원하는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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