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社, 메탄올 생태계 구축 드라이브
글로벌 해운사들도 다수 동참… 투자 및 연구 단행
韓 해운업계, IMO의 연료 전주기평가 결과에 주목
▲머스크사 컨테이너선. 사진=머스크 홈페이지 캡처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글로벌 해운사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친환경 선박 향방이 메탄올 추진선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덴마크의 전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Maersk)를 필두로 CMA-CGM, MSC, MOL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메탄올 추진선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메탄올 추진선을 지속적으로 발주하고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메탄올 기반 해운 생태계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운항하는 모든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EEXI/CII)에 맞춰 2050년까지 선박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해야 한다. 현재 운항하고 있는 선박 대부분은 탄소배출량이 높은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다. 통상 선박이 새로 건조되면 20∼30년을 운항하기에 현시점부터 건조되는 선박은 2050년 기준 환경규제에 맞춰야 한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머스크는 올해 초 2040년까지 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화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메탄올 추진선을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낙점, 지난 5일 한국조선해양에 1조6201억원 규모의 1만70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다. 머스크의 메탄올 추진선 발주는 지난해 8월 8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9척에 이른다.
메탄올 연료 수급에도 주력하고 있다. 덴마크 리인티크레이트사와 연 1만t 규모의 메탄올 도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개사 메탄올 업계 선도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말까지 73만t의 그린 메탄올을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탄소배출량 25% 감축이 가능한 차세대 친환경 연료다. 특히 끓는 점이 벙커유(20℃)와 비슷해 LNG(-162℃), 수소(-253℃)에 비해 저장 및 이송이 용이하다. 또 메탄올 추진 엔진과 메탄올 운송선에 대한 기술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머스크의 행보에 타 글로벌 해운사들도 참여하는 모양새다. 프랑스 CMA-CGM, 스위스 MSC, 일본 MOL 등 해운사들이 메탄올 인스티튜트(MI, Methanol Institute)에 잇따라 가입했다. 특히 글로벌 3위 해운사인 CMA-CGM은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투자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MI는 "메탄올 생산량은 2050년 연간 5억t에 이를 것"이라며 메탄올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 경제성에 대해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해운 정책도 메탄올 생태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럽을 필두로 한 선진국들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선박에 대한 탄소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박이 운항시 배출하는 탄소에 대해 t당 250∼450달러의 과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탄소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사실상 해운업계에는 탄소배출량 감축이 아니라, ‘제로화’가 강제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에서 선제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글로벌 해운사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해운시장이 급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해운업계는 최소한의 선박 부품 교체 투자만을 실행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선주들은 친환경 선박 관련 인프라·기술 등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조금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메탄올은 LNG 등 타 연료와 비교해 에너지 밀집도가 비교적 낮아 더 큰 연료탱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진 연료 공급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IMO가 친환경 연료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전주기평가(LCA)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결과를 보고 움직이자는 분위기"라며 "당장 친환경 선박 방향성이 정해져도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