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년 전보다 싼 전세 속출…역전세난 현실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2 15:58

강남3구도 전셋값 하락…세입자 우위 시장 형성



지난 2월 전세 최고가보다 7억원 하락 거래되기도



금리인상에 이자 더 오를까 걱정…월세 선호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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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 전월세 상담 환영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집주인들도 마음이 급하니까 전세, 월세 두 버전으로 세입자를 구해요. 같은 집이라도 전세는 감감무소식인데 월세는 문의가 옵니다." (송파구 잠실동 A 공인중개업자)

가을 이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계속된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신규 세입자를 찾기 힘들어 계약이 종료된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12일 또 한 번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함으로써 역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는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 학군 수요가 많아 고정적인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3구에서도 지난해 기록한 전세 최고가 대비 수억원이 낮게 거래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전세 총 6건 중 4건이 10억5000만~10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모두 임대차3법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한 거래로 직전 보증금의 최대 5%까지 올려 계약 체결됐다.

해당 단지 동일 면적의 전세 최고가는 지난 2월 기록한 17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직전 최고가인 15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더 높게 체결된 바 있다. 전세 시세가 10억~11억원 사이임을 감안했을 때 올 들어 전세 가격이 7억원 넘게 하락한 셈이다.

잠실리센츠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다 못해 없다"며 "다들 임대차3법 계약갱신청구권 써서 갱신계약하는 분위기이며 갱신할 때도 가격을 올리기보단 동결하거나 낮추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센츠는 트리지움, 잠실엘스와 함께 잠실 3대장 아파트로 주변 시세를 견인해왔지만 전세 하락 추세는 막지 못하는 양상이다.

잠실동 ‘트리지움’ 역시 전세가격이 하락세다. 해당 단지의 전용 84㎡는 이날 현재 아직 이달 체결된 전세계약 건이 없고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달 30일 계약된 전세 11억250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475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0% 하락하며 17주 연속 하락세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반전세나 갱신 계약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면서 신규 전세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강남의 대표 학군 단지로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전세 6억~8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있다. 지난달과 이달 2개월 간 거래된 전세 계약은 모두 갱신계약으로 직전 보증금과 동일하거나 최대 5% 이내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내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은 계속 적체되는 데 반해 수요가 없으니 집주인들도 어쩔 수 없이 세입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며 "보증금을 낮춰 전세를 유지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한동안은 계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전세난은 전세난의 반대 개념으로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을 뜻한다. 신규 입주 물량의 증가로 전세 수요자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

만약 세입자가 2년 전에 전세 보증금 4억원이었다면 2년 뒤 전세 보증금 시세가 3억원인데다가 뒤 이어 입주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역전세난에 해당한다.

전세 수요가 급감한 데는 금리 인상 여파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세 수요가 없어 집주인들이 전세 가격을 ‘울며 겨자먹기’로 낮추고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다음 세입자를 못 구하면 집주인은 자기가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세입자 우위 시장에 접어들자 계속 높아지는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집주인들 가운데는 신규 임대매물을 내놓을 때 전세와 월세 두 유형으로 다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잠실동의 C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와 월세 두 가지 형태로 집을 내놓는 임대인들이 많아졌다"며 "같은 집이라도 전세는 문의가 한 통도 없는데 월세는 문의가 들어와서 정말 추세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단지가 많아짐에 따라 기존 계약 당시 가격보다 전세 가격이 낮아지는 단지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에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역전세난도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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