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부른 카카오, 보상은 어떻게…매뉴얼 정비도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6 13:16
카카오톡오류

▲지난 15일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의 접속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집 근처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려던 20대 여성 A씨는 계산대 앞에서 한참을 헤매야 했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카카오페이 결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려 빈손으로 나왔던 A씨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나와야 했다.

#카카오 T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지인을 만나러 가려했던 B씨도 택시를 부르지 못했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카카오 T 택시 호출 서비스도 마비가 됐기 때문. 언덕길에 사는 B씨는 결국 많은 짐을 들고 도보로 한참을 걸어내려 가 길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 카카오 T 앱이 먹통이 되면서 앱으로 콜을 받는 택시 기사들의 어려움은 더 했다. 특히 카카오T블루, 카카오T 벤티 기사의 경우 다른 회사의 콜은 받지 못하는 탓에 피해가 컸다. 주말 택시 이용 승객을 받으려 했던 카카오T블루 기사 C씨는 결국 하루를 날린 셈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였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한 로그인, 카카오페이 인증 수신, 상담톡 등 카카오 관련 서비스 이용이 불가했다. 이번 장애로 정상 거래를 하지 못한 업비트 이용자들은 금융감독원 신고 등을 통해 피해 보상 방안을 수소문하고 있다.


◇ 곳곳서 피해 큰데…카카오, 보상은 어떻게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그 어느 때보다 피해가 컸다는 평가다. 서비스 먹통 시간이 역대 최장기간인 15시간 이상 발생한 데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어 피해 범위 등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지난해 KT 통신 장애에 빗대기도 한다. 앞서 KT는 지난해 10월 전국에 유무선 통신장애를 일으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약 1시간30분가량 전국 곳곳에서 통화 수발신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평일 점심시간 식당들의 결제포스(POS)가 먹통이 되면서 피해 규모가 컸다. KT는 통신 이용 고객들에게 피해에 따른 보상을 지급했다.

통신사가 서비스 장애로 보상한 사례는 있지만, 플랫폼 사가 이처럼 대규모 장시간 장애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례가 없는 데다 서비스별 약관이 달라 피해 보상 산정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단은 복구 후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그에 따른 조치를 하는 게 먼저"라면서 "보상 문제는 피해 규모를 조사해 추산한 후 기준에 따라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화재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SK C&C와의 보상 협의와 관련해서도 "지금은 각사가 당면한 문제들의 신속한 복구와 정상화가 최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 데이터센터 하나 불났는데…카카오 재난대응 매뉴얼 문제없나

업계 안팎에서는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SK C&C에 있다 하더라도 카카오의 재난 대응 매뉴얼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한곳에 화재가 났는데 전국적인 먹통 사태가 발생한 만큼 이원화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SK C&C 데이터센터를 함께 사용하는 네이버의 경우, 쇼핑과 스마트스토어 등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지만 데이터센터 이원화를 통해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이곳을 메인 데이터센터로 삼았고, 현재 절반 가량이 복구된 상황"이라며 "카카오톡 등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의 장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카카오톡은 이달 4일에도 서비스가 18분가량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용자 불편을 야기했다. 카카오톡은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0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통신사 외에도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관계자들을 불러 이번 먹통 사태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hsjung@ekn.kr
정희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