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시장 커진다…건설사들 연이은 수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7 15:06

리모델링 진출 건설사 증가…새 사업 영역으로 각광



포스코건설, 업계 최초 리모델링 누적 수주 3조원 돌파



한화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수도권서 첫 단독 수주

염창무학아파트

▲한화건설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 염창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진은 해당 단지에 내걸린 한화건설 현수막.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시장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강자로 불리는 포스코건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한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포스코건설은 지난 15일 컨소시엄 형태로 경남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올해 리모델링 누적 수주액 3조원을 달성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총 공사비 2조3600억원 규모로 국내 리모델링 사업 최대 규모다.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25층, 42개동, 6252가구 규모 단지를 36층, 42개동, 7136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4년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운영하면서 누적 수주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이달에만 서울 강동구 ‘명일중앙하이츠’, 송파구 ‘잠실현대’, 경남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이밖에도 올해 서초구 ‘신반포 청구아파트’, 일산 첫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경기 고양시 ‘문촌마을 16단지’ 등의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서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신축이나 재건축과 달리 설계, 인허가, 시공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업계 누적 1위의 수주 실적과 수많은 사업 수행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염창 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서 첫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한화건설은 기존에는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지난 1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본격 출범한 이후 기술력을 강화해오면서 전담팀 구성 9개월 만에 첫 수주고를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서울 한강변 단지로 리모델링을 통해 273가구에서 302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총 사업비는 1205억원이며 한화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포레나’가 적용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지난달 리모델링 격전지인 경기 용인시 수지 삼성1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첫 단독 수주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말 도시정비영업실 산하에 있던 리모델링TF를 리모델링영업팀으로 격상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 결과다.

이렇듯 리모델링 사업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 데는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재건축은 규제가 많아 추진이 쉽지 않은 데다 사업 기간도 오래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리모델링을 통해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재건축에 비해 사업 후 가구 수 증가 비중이 적고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 탓에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늘어나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 내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올해 초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단지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수익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타 아파트 대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인근에 이마트부지 개발 사업도 28층 높이로 짓는다고 하는데 우리 단지만 리모델링으로 하면 층수를 거의 높이지 못하니까 정비사업을 해도 경쟁력이 낮아질 것 같고 재건축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점도 리모델링 사업의 한계로 지적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주택법과 별도로 리모델링 추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책 마련에 밀려 아직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회 위원장은 "약 4년 전부터 리모델링 성공 단지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리모델링 사업지가 많이 생겼고 대형 건설사도 많이 뛰어드는 등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점은 리모델링 사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여러 가지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리모델링 사업은 지난해만큼 활발하게 진행되진 않고 있다"며 "대선 당시 나온 리모델링 관련 공약도 구체적으로 제시된 게 없는 데다 오히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늘어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 내에서 주민들 간 의사 결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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