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오너경영 무능함 직원에 책임 전가 불법해고”
신준호 전 회장, 계획적 회사정리 위한 퇴사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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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 로고. 사진=푸르밀 |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사측은 17일 이메일을 통해 11월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정리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사업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오너 경영의 무능함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불법 해고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푸르밀 사측은 "4년 이상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적자가 누적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푸르밀은 2009년 남우식 대표 선임 이후 그 해 매출액 2011억원, 영업이익 22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2년까지 3000억원대 정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를 탔지만, 2017년까지 흑자 행진은 계속됐다. 그러나 신동환 대표가 취임한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로 다시 적자를 기록한 이후 이듬해 89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까지 적자 폭이 커졌다.
푸르밀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신준호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신 대표 단독체제를 맞았다. 2세 경영을 본격화해 지분 승계 작업이 재기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신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60%)를 그대로 유지한 데다, 당시 신 대표의 보유 지분은 10%에 그쳐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업계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5월 푸르밀은 LG생활건강과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브랜드 가치에 둘러싼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매각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각 계획마저 무산되자 사업 종료로 방향을 튼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푸르밀 노조는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의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없었고 해고 회피 노력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올해 11월 30일부로 모든 직원을 정리하겠다고 했다"고 경영진의 일방적인 통보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전주, 대구공장별 인원 축소, 임금삭감 등을 감내했으나 사측은 대화의 문을 아에 닫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를 위한 어떤 제시나 제안도 듣지 않고, 노사 간의 대화의 창을 닫아버렸다"며 "대표이사는 ‘더 이상 직원들과 얼굴 보는 일은 없다’며 대화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월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퇴사가 계획적인 회사정리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신 회장이 퇴사 전 퇴직금 약 30억원을 받고 퇴사했지만, 이후로도 서울 영등포 소재 본사로 출퇴근하며 업무지시와 보고를 받고 있다는 노조 측 설명이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 위원장은 "신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 시 ‘먹튀’(먹고 튀기)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까지 받았으며 배임·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준호 회장의 퇴사가 계획적인 회사정리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혹도 일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사업종료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회사에 발송하고,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푸르밀은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