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전만은 절대'...기업은행 노조, 차기 행장 인선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8 16:43
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차기 행장 인선을 두고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차기 행장에 어떤 인물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기업은행의 지방 이전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은행 본점의 소재를 서울시로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이라면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돼 있어 기업은행 내부적으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의 선임을 반대했다. 정 전 원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2021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올해 8월부터는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은행을 감시, 감독하던 금감원장을 은행장에 앉히는 것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상식에 맞고 공정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정 전 원장은) 한마디로 관료출신 낙하산이자 부적격 인사"라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즉 기업은행장의 선임은 현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자리다. 윤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 끝난다. 차기 기업은행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문제는 노조의 이번 반대 성명이 단순히 외부, 내부 출신을 넘어 기업은행 본점 이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차기 기업은행장에 친정부 인사가 선임될 경우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 6월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하고 있는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이러한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부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 강한 만큼 이전이 성사되면 다음 차례는 단연 기업은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실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정책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본점을 무리하게 부산 등으로 이전하기보다는 서울에 위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책은행의 본점 이전은 단순 위치를 넘어 금융산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국책은행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그 권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산업은행 사례만 봐도 대통령이 의도를 갖고 내려보낸 측근 인사가 조직의 미래보다는 정권에 충성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홍콩 등 금융 선진국을 봐도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국책은행을 단순 정치적 이유로 본점을 이전하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며 "화려한 이력을 넘어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업은행에 남다른 애정과 철학을 갖고 있는 인물이 차기 행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