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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반증인으로 소환된 기업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글로벌투자총괄(GIO). |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전날 자정을 기점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전날 치러진 종합감사는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불러일으킨 기업의 총수 및 CEO(최고경영자)를 모두 증인으로 소환해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GIO(글로벌투자총괄),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은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재발방지 및 폭 넓은 보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과방위 국감이 국회 ‘구악(舊惡)’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인 망신주기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먹통 사태를 둘러싼 3개 기업 모두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는데도 경영 일선을 떠나있는 총수를 불러낸 것 자체가 ‘기업 길들이기’라는 평가다. 전날 오후 2시30분께 시작된 일반 증인 심문은 자정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는데, 10시간 가량 자리를 지킨 이 창업주의 답변 시간은 총 3분에 못 미쳤다. 최 대표의 발언 시간도 1분을 넘기지 못했다. SK그룹의 최 회장 경우 이날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강경대응을 시사하며 이날 오후 8시30분께 부랴부랴 소환에 응해야 했다.
기업인들을 향한 ‘호통 치기’도 여전했다. 정 위원장은 김 창업주를 향해 "돈을 많이 벌면서 돈을 아끼려고 이중화 시스템을 안 갖춘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김 창업주가 카카오의 이중화 수준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논쟁을 해봤자 (내게) 진다. 결국 본인들이 대비 안해서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말을 잘랐다.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이어지는 의원들의 ‘기업인 다그치기’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최 회장을 향해 "카카오 장애와 관련된 기업의 총수 세분이 다 모여 있는데, 참 보기 힘든 장면이고 한편으론 큰 기대가 된다"면서 "법적인 문제는 각 기업이 서로 다른 입장이겠지만, 혹시 (세 사람이) 함께 모여 풀고자 하는 의향이 있나"를 질의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이해진, 김범수 창업주가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자, 허 의원은 "의향이 없나", "만나지 않겠다는 건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가"며 다그쳐 물었고, 결국 세 총수들은 결국 "추진해보겠다"며 뜨뜻미지근한 답변을 내놨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