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담대 허용 등 부동산 규제 완화책 발표
15억원 초과 단지 방문했더니…"매수 문의 없어"
고금리·DSR 규제 등 여전…"시장 흐름 반전 어려워"
![]() |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15억원 아파트 대출이 풀렸다고 해도 기존 집이 안 팔리는데 어떻게 옮겨 가겠어요."(서초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집값이 더 내려야 매수세도 생길 텐데 규제 완화책 발표가 집값을 올리는 신호가 될까 걱정되기도 해요."(양천구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내년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한다는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매수에 나서기에는 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중 하나로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담대를 허용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50%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9년 12월 이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담대가 금지된 지 3년 만에 규제가 해제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추진될 예정이며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에 한해 적용된다.
◇ 대출 규제 완화 소식에도 "고금리에 대출 허용이 무슨 소용이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출 허용 조치를 통해 고가주택의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14억원 아파트 거주자가 1억~2억원을 대출 받으면 15억원이 넘는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15억원 초과 단지 주변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한 결과 높은 금리와 DSR 규제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실제 매수에 나서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 15억원을 웃도는 단지가 대부분인데 발표 이후로 매수 문의는 한 건도 없었다"며 "학군 때문에 이사 수요가 꾸준히 많은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집이 안 팔리니까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DSR 규제가 여전하고 기준금리가 연말에 또 오르면 이자는 더 높아지는데 대출을 풀어줬다고 해서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당장은 매수 문의가 없고 요즘은 금리가 가장 크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로 거래절벽이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급매가 나오는 단지들에서는 발표 직후 매수 문의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동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담대가 풀리니 15억원이 넘는 단지도 구입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지난해 10월 20억원까지 올랐던 레이크팰리스 전용 59㎡에 16억원 급매도 나왔다"고 귀띔했다.
◇ 전문가, "집값 재불안 가능성 없을 것"…시장 영향 미미 전망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가 집값 불안 등을 야기할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시장에 숨통을 트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집값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또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남아있는 만큼 대출에 제한을 받는 수요자들이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규제 완화 방안이 주택 거래의 인위적 활성화나 고가주택의 규제완화라기보다는 주택시장의 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아파트 입주적체 문제와 냉각된 시장에서 집을 갈아타며 겪게 되는 실수요자의 자금난과 세금부담을 낮추려는 정책으로 해석된다"며 "LTV를 완화하더라도 DSR 규제가 상존해 있고 주담대 금리가 5~7%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TV가 소폭 완화됐지만 DSR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의 규제 완화 방안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시장상황을 판단하면서 적절히 대응하는 이후의 추가조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