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한마음으로 추모"…임시휴업 분위기 편의점만 영업
추모 물결 이어져…일상회복 기대 물거품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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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참사 현장 인근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가 할로윈데이를 즐기려는 인파로 넘쳐났다면, 그 인파에 떠밀려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남기고 사흘째 맞은 지난달 31일 이태원 거리는 이제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많은 발길들로 채워지고 있다.
일부 점포를 제외한 이태원 일대 대다수 가게들은 임시휴업 알림판을 내걸고 추모의 뜻을 전했고, 일반시민들 가운데 국화 꽃다발을 들고 현장에 헌화하는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5시께 이태원역 근방을 돌아보니 통상 할로윈 시즌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이태원 메인거리와 클럽거리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문을 연 가게를 찾기 어려웠고 식당·주점·점집 등 업종 상관없이 불이 꺼진 가게들 문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월 5일 애도기간까지 휴점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앞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해 회원상인들에게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임시휴업을 권고했고, 상인 약 100여명이 30일부터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그나마 생업을 위해 문을 연 가게업주들은 "아침 일찍 나왔는데 손님이 없어 빨리 정리하고 집에 가려고 한다"며 때 이른 마감에 분주했다. 큰 대로변과 골목 곳곳에 자리한 일부 잡화점과 편의점들만이 정상 영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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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데이 당일인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클럽거리. 사진=조하니 기자 |
클럽거리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 A씨는 "마음속으로 함께 추모하면서도 개인 식당과 술집처럼 임의적으로 휴업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할로윈 시즌을 대비해 선발주한 물량은 유통기한이 긴 편에 속해 폐기 처분할 일은 없어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다소 안도하는 눈치였다.
인근 상점에서 근무하던 60대 B씨도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했던 상인들도 큰 충격을 먹긴 매한가지"라며 "근처 거주중인 지역 주민들의 편의성 차원에서도 모든 점포가 문을 닫기 힘들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태원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임시휴업에 따른 매출 감소보다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경우 장기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밀턴호텔 인근 주택가에서 거주하는 20대 C씨는 "이태원은 할로윈과 같은 이색 문화를 남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며 "참사 원인을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 상권 생명줄인 놀이문화 자체를 비난하거나 폐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은 고유의 다국적·다문화 특성에 따라 젊은이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지만, 반면 2020년 5월 ‘클럽발 코로나 집단감염’ 사건 이후 퇴폐적 공간이란 낙인이 찍혀 큰 매출 타격을 본 전례가 있다.
실제로 골목상권에 피해가 미치면서 지난해1분기 이태원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만 31.9%까지 치솟았다. 가게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유동인구가 늘면서 올 상반기 약 1년 만에 공실률이 10.8%까지 줄어드는 추세였던 터라 찬물이 끼얹은 격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태원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중개업자 D씨는 "현재까지 매장·상가 등을 내놓겠다는 사례는 없지만 이와 관련된 문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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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베트남 퀴논길 인근 상점에 걸린 임시 휴업 현수막. 사진=조하니 기자 |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