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장 인터뷰
"친환경 연료, 논의 많지만 국제적 흐름에 편승해야"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장.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기술을 가지고 뭔가 선점할 수 있는 상태에서 드라이브를 걸어버리면, 그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친환경 연료에 관련해서도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흐름에 따라가야 될 것이다."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장은 지난달 2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연료 연구·개발 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화석연료는 고대 식물과 동물의 사체로 땅속에 생성된 탄소원이다. 현대 인류는 이를 캐내서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온실가스’로도 불린다.
반대로 친환경 연료는 이미 땅 위에 올라와 있는 탄소원을 연료로 바꾼 형태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시되는 현재, 전 세계 국가·기관·기업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친환경 연료 개발에 한창이다.
박 센터장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 선점이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에너지에 대해 패권 경쟁은 더 커질 것이다. 대표적 환경정책인 RE100이나 EU택소노미도 과연 맞는 길인지는 따지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넘어가는 단계 상 강제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환경자원연구센터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가.
▲환경자원연구센터는 기존에 쓰지 않았던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폐기물, 폐자원, 바이오매스 등을 자원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자원화가 메인이지만, 그 외 화학적인 촉매 반응을 통해 물질을 생산하거나, 바이오매스 활용, 수소를 활용한 기술 연구도 하고 있다.
-최근 민간기업들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연료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연료, 기존 화석연료와 차이점을 국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기존의 화석 연료는 땅속에 안정적으로 있던 탄소원을 캐내서 에너지로 사용하기에 새로운 이산화탄소가 계속 발생한다. 그런데 반해 친환경 연료는 온실가스 발생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이미 땅 위에 올라와 있는 탄소원을 활용해 연료로 바꾼 것이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지 않은 원료다.
-현재 한국의 친환경 연료 기술 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어느 수준인가.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80% 정도 올라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격차는 대략 5년 정도 생각한다. 친환경 연료 용도가 수송용인지, 발전용인지 고체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유럽 등 환경과 관련된 이슈가 많은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단순하게 움직인다기보다 보조금 혜택 등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다. 국내는 아직까지는 그 점에서 활발하지는 않다.
-지난 26일 정부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하며,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나 법 개정 등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사실 국내 연구개발(R&D) 규모에 비해 지원이 적다고는 볼 수 없다. 그것보다는 실제로 친환경 연료가 만들어지면 유통·사용이 돼야 되는데, 연료 문제는 항상 세금 관련 이슈가 따라붙다 보니 어디까지 인정을 해줘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를테면, 바이오 에탄올, 세녹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나왔을 때 가격뿐만 아니라 세금 부과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 수소와 포집 탄소를 가공해 만드는 이퓨얼(e-fuel)에 대한 얘기가 많다. 국내법상으로는 여전히 이산화탄소가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들었을 때 법적인 지위가 없다. 이에 대해 법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중후장대 업계에서는 수소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다만, 명확한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초단기적으로는 정권이 바뀌고 몇 개월 사이 수소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다.
통상 정부 정책이 약간 바뀌면 기업들도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롯데케미칼, GS 등은 동남아시아, 중동과 블루수소 암모니아를 수입하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오히려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소 사업이 아직은 불안정하지만 곧 드라이브가 될 것으로 본다.
-완전한 수소 경제 구축 시기는 언제로 보는가.
▲통상 로드맵 상에서는 2030년을 얘기하고 있지만, 거기서 5년 정도는 더 봐야 될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가 사실 전 세계적으로 균등한 조건은 아니다. 중동은 석유도 많은데 태양광도 좋고 밤이 되면 바람도 불고 노는 땅도 많은 게 현실이다. 아람코는 석유화학 정유 시설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등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수소 생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유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다음 어디에 이를 활용할 것인지 각자 생각과 기술 개발 현황이 다르다. 국가나 기업의 환경에 맞춰 어느 부분에 집중할 것인지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해운과 조선업계는 IMO의 환경규제에 맞는 친환경 연료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MO의 규제가 자동차에서 유로5, 유로6 올라가듯 점차 범위와 수치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각국의 연안에 들어올 때만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으면 되고, 황화물과 질소산화물에 대한 규제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항해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선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어떤 로드를 감당하는 선박이냐에 따라 추진제 파워도 달라지고 움직이는 거동도 달라진다. 근데 친환경 연료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바이오 등 연료들에 있어서 하나가 메이저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후보군으로 경쟁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친환경 연료가 미래에 수급이 더 쉽고 좋아질까 예상하기에는 상당히 힘든 상태다. 지금 대부분의 후보 중 두 개 혹은 세 개가 양분 혹은 3등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연료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같이 존재하다 보니 어느 한쪽에 기술 우위는 없다.
다만, 암모니아가 각광을 받곤 있다. 정유시설이 있는 중동 쪽에서 얻어지는 수소가 많다 보니 암모니아 생산, 메탄올 생산 공장들이 다 몰려있다. 해당 기업들은 이미 유통망도 가지고 있다 보니 암모니아가 1순위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정유-조선-해운산업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다. 우리 국내 기업들이 합을 맞추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기업들이 합의 맞추는 게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외부에서 맞출 수는 없고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딱 맞게 떨어지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 사실 국내에서는 암모니아 쪽 논의가 많이 되고 있다.
작년 ‘하이드로젠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결성으로 급격하게 암모니아로 기울어지고 있다. 암모니아는 우리나라가 워낙 수입도 많이 하고, 우리가 거래하고 있는 중동의 아람코 등이 그 쪽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장. |
▲우리나라가 바이오매스, 수소, 암모니아를 자체 생산할 만큼 풍부하게 만들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친환경 연료도 결국 어딘가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이때 글로벌 운송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 국내는 석유 생산량이 0에 수렴하는 데 반해, 추후 몇 퍼센트라도 국내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처럼 에너지는 안보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안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친환경 에너지 생산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가 정치와 패권 다툼에 대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나.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그다지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국회나 정치인들이 친환경 에너지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대표적 환경정책인 RE100이나 EU텍소노미도 과연 맞는 길인지는 따지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넘어가는 단계상 강제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친환경 연료가 2050년 석유의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UAE 셰이크 라시드는 두바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는 지금 벤츠와 랜드로버 시대를 지나가고 있지만 낙타의 시대가 눈앞에 있다"고도 말했다. 2050년, 친환경연료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현재 상태와 시각에서 보면 로드맵일 뿐이고 사실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술들이 워낙 ‘퀀텀 점프’를 하다 보니 대체한다면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은 발전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장과 정치적인 이해관계들 때문에 그런 상황이 올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기술은 있지만, 시장에서 적용되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에 대한 패권 경쟁은 더 커질 것이다. 약간은 다른 얘기지만 10년쯤 전에는 디젤차가 엄청난 인기였다. 현재는 디젤차가 다 퇴출되는 분위기지만,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던 독일 자동차 3사는 현재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을 가지고 뭔가 선점할 수 있는 상태에서 드라이브를 걸어버리면, 그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친환경 연료에 관련해서도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흐름에 따라가야 될 것이다.
-친환경 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한다고 쳤을 때, 남아있는 화석 연료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친환경 연료가 시장의 에너지를 대체한다고 해도 케미칼 형태까지 모두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옷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 것이며,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단순히 에너지를 넘어 원료 측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숙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CCU라고 하는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50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상황에선 화석연료로 원료를 얻으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박지훈 환경자원연구센터 센터장
◇약력 △평택고·서울대 화학교육, 서울대 무기화학 박사 △2011년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교수 △2014년 한국화학연구원 선·책임연구원 △2016년 UST 화학연구원school 전임교수 △2022년 화학연 환경자원연구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