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수능 대목' 외식·유통업계, 관련 마케팅 규모 최소화
수시 비중 늘며 기존 박리다매식 판촉도 옛말…맞춤형 상품만
업계 "최대 대목 월드컵 대비 수능 마케팅 투자 효율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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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 사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올해 ‘수능 이벤트’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는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년처럼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할인 이벤트 등이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식품·유통업계는 ‘수능 이벤트’ 실종 이유로 최근 이태원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가 여전한데다, 오는 21일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특수 수요가 맞물리면서 ‘수능 특수’가 밀려 이벤트가 없거나 최소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매년 수능 시즌 전후 외식·유통업계 모두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접전을 치르는 것이 부지기수였으나 올해는 예상을 빗겨나갔다.
외식업계의 경우 지난 여름께 벌였던 디데이 행사 외에 수능 당일에 맞춰 수험표 지참 행사를 여는 것이 전부이다. 유통업계도 도시락과 떡, 단백질바 등 먹거리 중심으로 사전물량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실제로 14일 기준 주요 외식기업 총 9곳을 취재 조사한 결과, 해당업체 모두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수능 마케팅 행사가 없다"고 대답이 돌아왔다.
조사 대상은 bhc·bbq·교촌 등 치킨업계 빅3와 도미노피자·미스터피자·파파존스 등 1세대 피자 전문점, KFC·롯데리아·맥도날드 등 패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그나마 가격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일부 업체는 온라인 채널에 한하거나 수능 특정이 아닌 소규모 판촉 수준에 불과했다.
매년 수험표 마케팅을 이어온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는 수능 당일에 맞춰 행사 준비에 나서거나 추후 크리스마스 등과 행사 기간이 중복돼 최종 고사하는 등 방향이 갈렸다.
CJ푸드빌의 ‘빕스’와 bhc의 ‘아웃백’, 이랜드이츠의 ‘피자몰’ 등이 대표 사례다. 수능표 지참 행사를 실시하는 곳은 CJ푸드빌과 이랜드이츠로 모객 목적보다 고객 충성도 유지를 위해 의리 차원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란 의견이다. 이랜드이츠의 경우 애슐리가 아닌 피자몰만 적용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17일 수능 당일에 맞춰 행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최근 몇 년 새 수시 전형은 확대된 반면 정시 비중은 줄어든 추세로, 수험생에 한했던 기존 마케팅 범위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응원 이벤트로 고객층을 넓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다품종 박리다매 형식으로 수능 마케팅에 임하던 유통업계도 맞춤형 상품 몇 개를 내놓은 곳이 대다수이다. CU와 GS25 등 편의점은 각각 ‘수능 응원 삼각김밥’과 ‘합격찹쌀떡(4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마트24의 경우 관련 행사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경우 편의점 대비 취급 가능한 상품 수 측면에서 여유가 있어 보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주요 판매 제품으로는 초콜렛 등 먹거리, 핫팩, 보온병, 보온도시락 등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단의 일부 면을 활용해 수험생을 위한 먹거리, 필수 아이템 관련 상품 행사를 진행한다"며 "올해 상품 품목은 전년과 변동이 있으나, 행사 규모나 형태는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올해 수능 마케팅이 예전처럼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4년 만에 돌아온 업계 최대 대목인 월드컵과 시기가 겹쳐 상대적으로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 일정이 야간 시간대에 몰린 탓에 야식 수요가 높은 치킨업계 등은 벌써부터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11~12월 연말에는 모임이 많아 일시적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만 올해 고물가 기조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면서 "이 가운데 업계 최대 대목인 월드컵 시즌이 돌아온 만큼 기타 판촉비를 절감해 최대한 투자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