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시재생사업지 화곡·신월1동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6 16:07

“벽화그리기 그만”…보존→개발+보존 ‘선회’
전문가들, 도시재생 기능 다해…재개발로 안정화해야
서울시, 2030 도시재생 전략계획 변경안 구체화
능동적 정비·보존 및 개발 균형·민간투자 유도 등 실시

전통시장 벽화

▲화곡본동시장 벽화.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김다니엘 기자] 벽화그리기 등 보존에만 집중됐던 기존 도시재생사업이 흔적을 감추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 동네의 기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생활형 SOC를 구축해 주민편의생활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소규모 재개발 등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2030 도시재생 전략계획 변경안’을 두고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6월 ‘2세대 도시재생’으로의 방향 전환을 발표한 이후 ‘도시재생전략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청회를 통해 그 전략을 구체화했다.

서울시는 도시경쟁력 강화 및 균형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쇠퇴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능동적 정비 지원 △보존과 개발의 균형회복 △민간투자 유도 등 시스템을 개편하는 계획을 담았다.

아울러 이번 전략계획에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에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던 △화곡중앙시장 일대 △신월1동 일대 △망우본동 일대 △독산2동 일대 △용답상가시장 일대 등 일반근린형 5곳이 포함됐다. 일반근린형은 골목상권과 주거지혼재(준주거)로 10~15만㎡ 규모 지역이 해당된다. 앞으로 이곳은 기존 벽화그리기 등 보존방식을 떠나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맞춘 방식으로 사업의 전환을 기대하게 됐다. 다만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화곡 중앙

▲화곡중앙시장 일대 볏골으뜸마을 도시재생마을센터. 사진=김준현 기자



◇ 화곡중앙시장, 전통시장 유지하며 모아타운 함께 추진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중앙골목시장(15만7000㎡)은 화곡역 5번 출구에서 15분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지난 2019년 5월 도시재생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화곡중앙골목시장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로 구성된 주민모임인 ‘볏골재생사업 추진위원회’ 중심으로 ‘볏골으뜸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과 소통하며 발전했다. 특히 강서구청과 함께 키즈센터를 설치하는 등 생활SOC를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소소한 주민편의만으로는 지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앞으로 이곳을 전통시장과 배후 저층 주거지를 한데 묶어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전통시장은 지역 중심지로 육성하고 인근 주거지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 재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방침이다.

화곡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는 "어제 서울시에서 공청회가 있었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센터로부터 강서구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전통시장을 유지하는 방향이 옳은지 모르겠고, 만약 전통시장을 개발한다고 해도 상인들이 동의할지도 알 수 없어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신월1동 ㅇㅇ

▲신월1동 모아타운 성공기원 현수막. 사진=김다니엘 기자

◇ 신월1동 흔적 감춘 도시재생, 모아타운 개발도 물음표

사정은 양천구 신월1동 799 일대(14만8000㎡)도 마찬가지다. 신월1동은 노후 저층주거지와 시장상권이 혼재된 지역으로 주거환경개선과 생활편의시설이 절실해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지난 2020년 9월 최종 선정된 바 있다. 인구 감소 및 문화·교육 등 시설 부족으로 젊은 주민들이 지역을 이탈함에 따라 고령화가 극심해져 지역 쇠퇴를 우려하게 했다.

다만 도시재생사업은 이제 이름만 남아있을 뿐 별다른 혜택을 본 것도 없이 현재는 예산마저 끊긴 상태다. 지금은 신월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흔적을 감췄고 전화번호 역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신월 1동은 모아타운정비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거리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염원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신월1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이미 예산이 끊겨 종료됐고, 현재 모아타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일대는 단독주택이 많은데 집주인들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모아타운에 동의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문화 중심으로 이뤄져야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도시 역사도 짧고 지역별 문화의 특수성이 부족하다"며 "도시재생 사업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았다. 이제는 보존보다는 재개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과거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 도시정비사업이 약 180개 정도 해제됐다. 도로 정비, 주차 문제, 소방차 진출입로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아 해당 지역들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며 "이제라도 도시재생사업을 축소하고 재개발로 선회하는 것에 대해 정상화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희갑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균형발전정책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주민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도시재생 특별법상 추진이 가능한 여러 사업방식을 활용해 도시경쟁력 강화 및 균형발전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도시재생사업 틀 안에서 전통시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아타운을 함께 연계하며 거주자 및 상인들이 공조하는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jh123@ekn.kr·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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