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오해살만한 금융권 관치인사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5 08:31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ㅗ구ㅠㅠㅠ

연말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매섭게 몰고 있다. 시작점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였다. 금융위는 11월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한 우리은행에 업무 일부 정지 3개월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는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결정을 미룬 점을 고려하면 이날 회의는 이례적이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의 경우 재임 기간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는데,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제재는 이러한 예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을 전후로 업계에서는 관피아, 모피아들이 우리금융 CEO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대규모 CEO 인사시즌인 만큼 정부가 금융권 요직에 이른바 자리 챙겨주기를 노골화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이날 회의 결과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예고전에 불과했다. 중징계 이후 업계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 회장직을 향해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재 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며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CEO가 법과 원칙에 따른 방어권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어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권을 쥐고 있는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관치금융 인사에 대한 의구심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Sh수협은행장에 내부 출신인 강신숙 수협중앙회 부대표가 선임됐음에도 이러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일부 중견은행에 내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당장의 관치 논란을 잠재우고 더 큰 일을 위한 치밀한 사전작업이라는 게 오해들의 요지였다.

이 원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사실 시기 등 각종 외부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 보면 이 원장의 발언과 행동은 금감원장이 해야할 원칙과 책무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다. CEO 선임이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와 같은 주문만 봐도 그렇다. 워딩 어디에도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사 인사를 겨냥하거나 이사회의 역할을 과도하게 침범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당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까닭은 그 시기가 공교롭다는데 있다. 이미 숱하게 언급됐지만, 아직 손 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손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가운데 돌연 비슷한 유형의 펀드 사태 대해 1년 넘게 미뤄온 제재를 확정한 것이다. 이어 최근에는 금융위가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한 CEO에 책임을 강하게 묻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들고 나왔다. 왜 하필, 연말 인사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당국의 ‘해야할 일’이 금융사 CEO로 향하게끔 보여지는지 금융사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향후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 "시장의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입체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가 정말 이 원장의 발언처럼 금융사 CEO의 인사 시즌을 앞두고 한 치의 오해도 사지 않을 만큼 세련됐는지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관치금융의 부활, 정치권 인사 개입’ 논란을 놓고 금융권은 연일 신경이 곤두서있다. 굴지의 금융사 CEO 하마평에 모피아, 관피아의 이름들이 거론되는 것은 이들의 예민함을 높이는 배경이다. 부디 이러한 우려가 금감원장의 말처럼 과도한 오해로 정리되길 바란다.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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