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현장 경영’ 박차···삼성 글로벌 사업 ‘큰 그림’ 나오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5 14:50

UAE·영국·중남미 등 출장

빈 살만 등 방한 유력인사와 회동



‘대형 M&A‘ 윤곽 주목

"한동안 내실 다지기 집중"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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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주간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 중동, 유럽, 중남미 등 주요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한국을 찾은 주요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하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포함 삼성 그룹사 전체를 이끌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지난 10월27일 회장 취임한 이후 첫 해외 출장이다.

이 회장이 UAE를 찾는 것은 작년 12월 이후 1년만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UAE는 ‘비전 2021’을 수립해 추진해 왔다.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2017년 9월 ‘UAE 4차 산업혁명 전략’을 마련하기도 했다.

IT·미래 산업 분야 경쟁력이 뛰어난 삼성전자와 협력할 분야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그간 UAE 리더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회장은 올해 8·15 특가로 사면복권된 이후 현장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국내에 있는 주요 그룹사 생산 시설 등을 둘러보고 추석 연휴를 활용해 중남미, 영국 등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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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을 찾은 이재용 회장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유력 인사들이 이 회장과 면담을 요청한 사례도 많다. 지난달 17일에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1시간30분 가량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이 회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는 양국 정상도 배석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 ARM M&A 등이 주제였다고 전해진다.

향후 일정도 빽빽하다. 이 회장은 연내 베트남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R&D센터를 짓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3월부터 2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장이 베트남에 간다면 이 센터 완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미국 출장길에 오를 수도 있다.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2023‘가 내년 1월5일부터 개막하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미래 비전을 소개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소통의 장이다. 회장 취임 이후 열리는 가장 큰 규모 행사인 만큼 직접 현장을 둘러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조만간 그룹사 글로벌 사업 관련 비전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통해 시장 상황을 진단했고, 조직원들과 소통하며 의견도 취합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일정 수준 내부 혁신도 도모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구조 개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M&A 추진 사실을 공식화하고 후보군들을 물색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에 돌입하며 당시보다 알짜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3분기 기준 120조원이 넘는다.

한동안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이 아직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있는데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숙제도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 통과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팔아야 한다. 자칫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도 있는 셈이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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