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초 정기운행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26 14:35

경복궁-청와대 인근 2.6km 순환…새로운 교통관광 명물 기대



시민들 "기술 발전 놀라워" vs "느린 속도, 급정거 등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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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가 지난 22일 경복궁역에 정차해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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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정기 운행을 시작한 서울시 자율주행버스 내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22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 효자로 입구.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라고 적힌 대형시내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버스에 함께 탑승한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평소에 자율주행에 관심이 많아서 운행 소식을 듣자마자 궁금해서 바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급정거 시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착용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일반 버스와는 달리 승객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나서야 버스는 운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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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에는 좌석마다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을 순환하는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가 지난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정기 운행을 시작했다.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행을 한 사례는 있으나 정기 운행하는 것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이 버스는 시내버스에 이용되는 현대자동차의 일렉시티 차종을 자율주행 대중교통 목적으로 개조해 운행된다.

버스는 경복궁역(효자로입구)에서 출발해 국립고궁박물관-청와대-춘추문-국립민속박물관 등 정류소를 지나 다시 경복궁역으로 돌아오는 2.6km 순환 노선으로 구성됐다. 춘추문이나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시민들이 탑승하거나 하차하기도 했으나 자율주행버스가 궁금해서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탑승한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탑승한 40대 A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타게 됐다"며 "좌석마다 안전벨트도 마련돼 있고 느린 속도로 주행하니까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고 한번쯤 타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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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을 순환하는 서울시 자율주행버스 내부에는 자율주행모드와 현재 속도를 알려주는 안내화면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버스 내부 안내화면에는 자율주행 중임을 알리는 문구와 현재 속도가 운행 내내 표시됐다. 버스는 시속 20km 내외로 서행했으며 자율주행모드로 운전하기 까다로운 청와대 주변 커브길도 시속 10km 안팎으로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승차감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탑승객 김 씨는 "버스 내부에 자율주행을 위한 기계가 설치된 점 외에는 일반 전기버스와 내부가 똑같이 생겨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 급정거하는 경우가 있어 흔들리기도 했다. 일부 승객들은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승하차 시 또는 일부 구간에서는 자율주행모드가 꺼지고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자율주행버스 운영업체인 에스유엠 관계자는 "자율주행버스이지만 승하차 시 인도로 버스를 가까이 붙일 때는 수동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기사가 동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아직 자율주행 기술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서울 도심으로 운행을 확대하기에는 불안한 요소도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적 보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최종선 서울시 자율주행팀장은 "자율주행기술은 현재 자율주행 3단계, 3.5단계 등이 적용되고 있고 이론적으로 봤을 때 5단계가 가장 높은 단계"라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까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는 지난달 운행을 시작한 청계천 자율주행버스와는 달리 별도의 앱 설치나 예약 없이도 교통카드만 있으면 시민 누구나 무료로 탑승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교통카드 탑승 기록을 통해 추후 노선 수요 파악 등 통계를 산출해 차량 증차나 배차 간격 조정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안전 운행을 위해 청와대 주변 14개소의 교통신호를 개방해 자율주행버스에 신호등 색상, 다음 신호까지 남아 있는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의해 교차로 주행 유도선, 자전거 도로 점선 설치 등 교통안전시설도 개선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는 시험운전자(안전관리요원)들은 도로교통공단의 ‘자율주행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국토교통부와 합동으로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운행점검 절차도 마쳤다.

교통 당국은 이번 버스 정기운행을 통해 자율주행버스가 시민들이 언제나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향후 국토부에 청와대 주변 일대를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시내버스와 동일한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가 정기 운행하는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자율차를 정규 대중교통수단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청와대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자율주행까지 체험할 수 있는 도심 명물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버스 운행시간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인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는 운행하지 않는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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