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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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매일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장례의뢰 공문이 날아오는 순간부터 부지런히 영정을 만들고, 위패와 국화꽃을 준비하고, 조문객을 안내한다. 장례식을 진행하고, 운구를 하는 등 일도 한다.

그는 고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조차 모른다. 고인이 이 땅에서 살다 이 땅에서 죽은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애도의 이유가 된다는 믿음만 가졌을 뿐이다.

신간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는 ‘애도하는 것’이 ‘일’인 사람의 얘기를 다룬다. 나눔과 나눔에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며 애도조차 쉽지 않음을 절감하고 그 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한 사람이 적어 내려간 분투의 기록이다. 그는 더는 애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더는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차별이 없기를 원하고 있다.

삶이 존엄하다면 죽음도 존엄하다. 이 하나의 진실을, 저자는 장례를 치르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죽은 자와 남겨진 자)을 통해 깨달았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시간들 속에서 분전했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저자가 처음 이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이었다. 월급 노동자가 되고 싶어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나눔과나눔에 지원했고, 그때부터 계속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무연고사망자. 연고 없이 죽은 사람. 이 단어에 ‘세상에 연고 없는 사람도 있나?’라는 생각을 할지도, 자신은 이 단어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정 지을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면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 한 명쯤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연고사망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이 사회의 법에 의해 분류된다.

저자는 그렇게 사회 제도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무연고로 보건 위생상 처리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무연의 죽음에는 애도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들을 목도하며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몫은 애도하는 일이라고.

‘무연고’라는 단어에 슬픔조차 메말라 버리는 시대다.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는 움츠러든 인식을 다시금 깨우고 모두가 안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목 :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마음
저자 : 김민석
발행처 : 지식의숲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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