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세종의 고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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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세종은 우리와 뗄 수 없는 존재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을 그가 만들었다. 1만원권 지폐를 통해서도 세종을 만난다. 아주 성공적인 통치자, 한국사 최고의 성군 등 수식어가 그에게 따라붙는다.

세종 스스로는 말년에 자신의 통치를 돌아보며 ‘실패 투성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세종은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 성장해 간 인물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저자는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을 지양하고, 위대한 통치자로서 세종 이도의 실체를 모색하고 있다.

평전 ‘세종의 고백’은 ‘이도’라는 한 인간의 정치적 삶을 다루고 있다. 그러기에 각 문장의 서술에서부터 주어로 세종이 아니라 이도라는 그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세종이라는 묘호는 이도가 죽은 후에 임금으로서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평전은 사후의 칭송이 아니라 당대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국왕이라는 정치행위자로 살아간 한 인간의 행적을 고찰한다. 독자들은 이 평전에서 결코 완성형이 아닌, 성장하는 국왕으로서 이도의 정치적 여정을 함께하면서 세종 이도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세종 이도의 정치적 삶을 기록하고 있는 ‘세종실록’은 그의 사후에 만들어졌다. 이도 자신도 재위 중에 ‘태조실록’, ‘태종실록’을 신하들을 시켜 몇 차례 수정하며 할아버지 태조와 아버지 태종의 정변을 정당화했다. ‘신화와 성역’을 넘어서기 위한 비판적 사료 읽기가 필요한 이유다. 젊은 정치학자인 저자는 이 지점에 대담하게 도전했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 평전은 권력과 이념의 대립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현실과 도덕적 이상의 대립이다. 저자는 도덕과 윤리로 점철된 역사의 기록들 속에서 정치적 수사들을 발견한다. 그렇게 해서 화폐 및 공법 개혁, 영토 개척, 사민 등 정책을 둘러싼 시행착오, ‘공론정치’를 위한 의정부 서사제 도입 배경 등을 통해 세종 정치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장형 양녕의 처우, 골칫거리 며느리 처리 등 군주 이전에 왕실의 가장인 인간 세종의 민낯을 만날 수 있다.

제목 : 세종의 고백 - 임금 노릇 제대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저자 : 송재혁
발행처 : 푸른역사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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