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서 화곡동서 10번 유찰 후 세입자 직접 낙찰
세입자 ‘울며 겨자먹기’ 입찰…감정가보다 더 높아
수도권 임차인 경매신청 건수 매년 약 200건씩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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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 경매시장에서 세입자가 직접 해당 주택 경매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화곡동 인근 주택 단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강제경매로 나온 감정가 2억3404만원짜리 20평 빌라 1채가 10번의 유찰 끝에 2513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월5일 첫 유찰을 시작으로 무려 1년 만인 지난 4일에 드디어 1명의 응찰자가 있어 낙찰될 수 있었다.
다만 그 낙찰자는 바로 보증금 2억2800만원이 묶인 해당 주택의 세입자였다. 경매 응찰자가 없다 보니 끝내 세입자가 해당 주택을 감정가보다 1900만원이나 더 주고 산 셈이 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법원경매 시장마저 낙찰률 및 낙찰가율이 지속 하락하자 직접 해당 주택을 낙찰받는 ‘깡통전세’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속으로 유찰 사태가 벌어지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직접 응찰에 나선 것이다.
16일 본지가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요청해 제공받은 지난해 ‘수도권 임차인 경매신청 건수’에 따르면 세입자가 직접 경매에 응찰한 경우는 1016건이다. 흔히 세입자가 경매에 직접 응찰한 사례는 주택 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피해자인 경우에 해당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임차인 경매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총 637건, 지난 2021년은 824건으로 신청건수가 해마다 약 200건씩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서울의 증가폭이 크다. 최근 전세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를 포함해 서울은 지난 3년 전 242건, 재작년 410건에서 지난해에는 535건까지 늘어났다.
이같은 사례는 화곡동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동산 경매에선 감정가 2억300만원 빌라가 두 번의 유찰 끝에 해당 세입자가 1억55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경우는 본래 입찰가가 1억2992만원이었으나 해당 세입자가 낙찰받기 위해 최저입찰가를 올린 경우로 볼 수 있다.
강서구가 아니더라도 이같은 상황은 여전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소재한 2억1000만원짜리 빌라 경매 물건이 8회차에 걸쳐 유찰되다가 해당 세입자가 2억1000만원 그대로를 낙찰받아 경매가 종결된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의 경매신청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구 대비 전세사기 극성이 가장 심한 인천에서 지난 2020년 83건에서 재작년 96건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108건까지 늘어났다. 경기 지역도 같은 기간 312건에서 318건, 373건으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택 임차인이 직접 경매신청에 나선 경우는 대부분이 해당 경매 물건을 깡통주택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보통 10회 이상 응찰자가 없는 경우 감정가와 비례한 경우 임차인이 어쩔 수 없이 해당 주택을 낙찰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빌라는 시세를 파악할 수 없어 깡통주택을 피하려면 전세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전국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4316건이다. 낙찰률은 24.1%로 전월인 11월 대비 2.7%포인트(p) 하락했다. 낙찰가율 역시 전월 76.7%에 비해 4.5%p 떨어진 72.2%를 기록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지난해 5월부터 매월 동반 하락 중이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떨어질수록 보증금이 묶여있는 세입자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