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
취약차주 지원, 내부통제 당부
손태승 회장 용퇴에는 말 아껴
"우리은행 소송, 다음 회장 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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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원장이 금융권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 원장의 발언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8일 이 원장은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의 취약차주 지원을 당부했다. 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사 수장들의 셀프연임과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 등을 예고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 시중은행장들에 "취약차주 지원, 내부통제" 강조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올해 새로 취임한 행장들도 대거 참석해 얼굴을 익히는 자리였다. 참석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이근환 KDB산업은행 부행장, 권우석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안감찬 부산은행장, 최홍영 경남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우경 광주은행 부행장 등이다.
이 원장은 먼저 행장들에 은행권이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이 원장은 "은행권이 주주환원 정책과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해 사회공헌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먼저 중소기업들이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만큼 은행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생존가능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기연장·상환유예, 금리인하, 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맞춤형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주길 당부했다.
또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상환능력 기반의 여신심사 관행을 정착시키고, 분할상환 대출 확대,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축소 등 대출구조 개선에 노력해 달라고 했다.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서는 신용대출119, 프리워크아웃 등 신용회복지원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 달라고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노력도 주문했다.
은행권에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대형 금융사고 발생은 은행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금감원과 은행권이 함께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방안이 각 은행에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여기 계신 행장님들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회계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며 "경영진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내부통제 강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 "우리은행 소송, 다음 회장이 결정해야"
이날 간담회 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원장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금융위 처분으로 상당기간 이슈가 있었던 특정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당국도 오해받은 부분이 있어 개인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중징계 처분에 대해 소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용퇴 가능성이 제기됐고, 금융당국에서도 공개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손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관 제재를 받은 우리은행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관의 소송 주최는 우리은행인데, 소송을 할 지 말 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 및 우리은행 측"이라며 "지주와 은행은 법적으로 분리됐다는 측면에서 우리은행에서 합리적인 검토와 이사회 논의를 거쳐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차기 금융지주회장과 우리은행장, 이사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며 "기관 제재 소송은 손 회장이 있을 때는 이해관계와 관련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음 지주 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하는 게 상식적인 선에서 볼 때 더 공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금융사 수장들이 우회 세력을 이사회를 꾸리고 셀프 연임을 시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최근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 문제 등에 대해 외국 제도나 국내 실패 사례 등을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며 "단 제도나 정책만으로 될 수 있는 건지, 문화와 관행으로 정착해야 할 부분이 있는 건지를 폭 넓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계, 시민단체도 적절한 거버넌스와 대주주나 이사회 통제, CEO 선임 절차 공정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고, 당국도 적극 동참해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