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쇄신" vs "지배구조 안정", 우리금융 새 회장 관통할 키워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9 15:36

신한금융, 기업은행 이어 BNK도 내부출신 CEO 발탁

우리금융, 이원덕 행장 등 7~8명 내외 롱리스트 선정



지배구조 안정 무게... '내부인사 등용' 우세 속

파벌싸움-각종 사고 고려...'조직쇄신' 외부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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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BNK금융지주가 내부 출신 인사인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도 내부 출신 인사를 새 회장으로 발탁할 지 주목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요 금융사 CEO 자리에 잇따라 내부 출신 인사들이 발탁된 만큼 우리금융그룹도 이러한 수순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간 파벌 싸움은 물론 대규모 횡령 사고 등 각종 사건 사고가 적지 않았던 만큼 조직 쇄신을 위해서라도 금융권 전문가이면서 외부 출신 인물이 발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신한금융, 기업은행 이어 BNK도 ‘내부출신’ CEO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이날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추천했다. 빈 후보자는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 후 영업본부장, 경남지역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미래채널본부장을 거친 내부 출신 인사다. 신한금융지주, IBK기업은행에 이어 BNK금융에도 내부 출신 인사가 차기 CEO로 등용되면서 우리금융지주도 이러한 수순을 따라갈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내부, 외부를 포함해 약 10명 내외의 롱리스트(1차 후보)를 선정했다. 우리금융 롱리스트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8명이 포함됐다. 임추위는 설 연휴 이후인 27일께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2~3명으로 압축한 숏리스트를 선정한다. 다음달 초에는 차기 회장 단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 조직 안정 VS 조직 쇄신...내부-외부 인사 놓고 이사회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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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왼쪽부터)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롱리스트에 포함된 내부 출신, 외부 인사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내부 출신이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 이유로 조직 및 지배구조 안정화를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 사례에서 보듯이 금융지주 내 시중은행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적어도 행장을 거친 인물이 회장으로 발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이원덕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1990년 8월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행장은 지난해 행장으로 선임되기 직전까지 금융지주 수석부사장(사내이사)를 맡아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허례허식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실용주의 경영 스타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도덕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반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용퇴한 지금이야말로 외부 출신 전문가를 발탁해 조직을 전격 쇄신해야 한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상업은행, 한일은행 간에 파벌 싸움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고, 사모펀드 사태뿐만 아니라 대규모 횡령 사고와 같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금융업에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조직의 질서를 바로잡고, 분위기를 쇄신할 만한 외부 인물이 등용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계속해서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 외부 인사 발탁시 ‘관치금융’ 논란은 부담

다만 외부 인사를 발탁할 경우 한동안 잠잠해졌던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은 정부와 이사회 입장에서 모두 부담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파벌싸움이 심하고, 각종 이슈가 많았던 만큼 이를 쇄신하려면 외부 인사가 선임되는 것도 이사회 차원에서 고려할 만한 선택지"라며 "그러나 외부 인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관치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차기 회장에도 적지 않은 부담일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이사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원덕 행장이 유력하게 부상하는 것은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용퇴를 결정한 손 회장의 뒤를 이어 우리금융에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기대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BNK금융이 돌고 돌아 내부 출신 인사를 발탁한 것도 결국 관치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사회 관점에서 신한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사건 사고가 많았던 점이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며 "외부, 내부 가운데 어떤 인물을 선임해도 우리금융이 향후 해쳐나갈 난관들이 적지 않은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우리금융 과점주주들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파벌 싸움의 경우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고, 현재 금융지주 CEO 자리를 노리는 소수 인력만의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인사들의 물밑 작업을 우리금융그룹 전체 이슈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발탁될 경우 조직을 파악하는데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파벌 싸움은 외부, 내부 인사를 떠나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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