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헤겔의 정신현상학 - 자유의지, 절대정신에 이르는 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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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근대철학의 두 줄기인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을 종합한 칸트의 철학을 비판하며 독자적인 이론을 제시한 책이다.

요약하면 인간 정신의 형성 과정을 다뤘다. 방대한 분량과 체계적인 구조 속에 의식, 자기의식, 이성, 정신, 종교, 절대정신 등 인간 정신의 형성 과정을 다루었기에, 방대함과 난해함으로 그 명성이 높은 철학 저서다.

이병창 교수는 대학원 시절부터 무려 50년간이나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으나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이 남아 있고, 난해성 때문에 분노나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한다. 27세 청년기 헤겔의 아직 다듬어지지 못한 사유 때문에 나타나는 혼란일까, 아니면 저자가 헤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병창 교수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정신 개념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로 오랫동안 헤겔 철학을 연구하고 그에 관련된 책을 써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헤겔의 역사적 설명은 마치 ‘역사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 헤겔은 자유의지가 출현해 도덕적 자유의지가 되고, 마침내 공동체적 자유의지로 발전하기까지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견고하게 전진했는가를 보여준다.

역사는 결코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앞의 역사에서 출현한 정신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정신은 절대정신 즉 공동체적 자유의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정신현상학’은 헤겔의 말처럼 철학의 전체 체계를 위한 예비학인가, 아니면 포괄적 사상사인가. 이 교수의 해설에 따르면 그 초점은 자유의지가 역사적으로 출현하는 과정에 있다. 즉 핵심 주제는 ‘자유의지’에 있다는 것이다.

헤겔은 1801년경 낭만주의 철학자 셸링의 초대로 독일의 대학 도시 예나에 왔다. 횔덜린, 셸링, 헤겔은 학창 시절 소위 트로이카였다. 셸링은 일찍 독창적인 자연철학을 전개했고, 헤겔은 그의 낭만주의적인 자연철학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헤겔은 셸링의 낭만주의 철학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벗어나 독창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했다. 헤겔이 택한 새로운 지평이 처음으로 펼쳐진 것이 ‘정신현상학’이다.

헤겔은 평생에 걸쳐 ‘낭만주의 철학’을 비판하는 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런데 헤겔에 앞서 칸트는 비판철학을 제시했고 그의 철학은 독일에서 혁명의 철학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근대 사회를 향한 독일의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칸트 철학을 계승한 피히테 역시 이런 자유의 전도사가 됐다. 피히테의 자아 철학은 자아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것이었다. 1807년 나폴레옹이 독일을 침략하자 피히테는 ‘독일인에 고함’이라는 글을 발표해 민족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피히테의 자아 철학은 독일 낭만주의를 고취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제시한 자유의지의 개념을 밝혀보려 했다. 헤겔에게서 자유의지는 역사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즉 머릿속에서 판단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생사를 다투는 투쟁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헤겔의 자유의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유의지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충실하게 따라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목 : 헤겔의 정신현상학 - 자유의지, 절대정신에 이르는 길
저자 : 이병창
발행처 : EBS BOOKS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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