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의 도약 26] 알지티 "서빙로봇으로 매장 무인화 선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24 16:00

서빙로봇 개발 1위…외식업 특화 SW 장착, 경쟁사 로봇과 차별화



유리벽 회피 이동, 손님 움직임 예측, 각종 POS 연동 "세계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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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정 알지티 대표. 사진=알지티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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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하는 국내 첫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인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 미래형 주거공간 ‘스마트빌리지’에는 종업원이 한 명도 없는 무인 카페인 ‘스마트로봇카페’가 있다.

5년간 실험적으로 거주하며 각종 미래기술을 체험하는 스마트빌리지 56가구의 입주민들은 총 10개 테이블 규모의 이 무인 카페에서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로 주문과 결제를 하면 주방에서 로봇이 커피 등 음료를 조리하고 서빙로봇이 손님 테이블까지 음료를 가져다 준다.

지난해 3월 오픈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인식오류 등 오작동이나 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입주민들은 메뉴를 더 늘려달라는 외에 불만 제기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GS건설·신한생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함께 스마트빌리지 운영사업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돼 스마트로봇카페를 운영하는 기업은 올해로 설립 6년차를 맞은 서빙로봇 개발 스타트업 ‘알지티’이다.

알지티 창업자 정호정 대표는 지난 2018년 2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알지티를 창업했다. 충남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대학 시절 미국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인력난에 힘들어하던 친척의 모습을 보고 서빙로봇을 구상했고 험지 자율주행로봇을 만든 경험을 살려 대학 시절부터 서빙로봇을 연구하고 알지티를 창업했다.

20대 창업가 정 대표가 만든 서빙로봇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2020년에만 40여개의 스타트업 경진대회 관련 상을 휩쓸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K스타트업 대회 장관상 수상, 2022년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 참가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다음달에는 26일부터 3월 2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매·유통산업 전시회 ‘유로샵 2023(EuroShop 2023)’에 참가해 알지티의 서빙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아직 수출 대수가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알지티는 현재 LG전자 등 국내에서 서빙로봇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기업 중 수출국가 수와 수출 대수에서 모두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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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 매장에서 사용중인 알지티 써봇 모습. 사진=알지티


알지티의 서빙로봇이 다른 대기업·외국기업의 서빙로봇에 비해 우수한 이유는 외식 서비스 매장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통한 정교하고 안정된 움직임 덕분이다.

알지티의 서빙로봇 ‘써봇(SirBot)’은 투명 물체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으로 특허를 출원, 국내외 서빙로봇 중 유일하게 유리벽 등 투명 물체를 완벽하게 인식하고 이를 회피해 이동할 수 있다.

기존 서빙로봇의 ‘눈’에 해당하는 ‘라이다’ 센서는 빛의 반사를 이용해 물체와 위치를 식별하기 때문에 유리벽 등 투명 물체나 대리석 등 빛을 반사하는 물체를 인식하는데 제한이 있다. 광학센서인 라이다 센서는 유리벽이 아닌 유리벽 너머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유리벽에 부딪힐 우려가 큰 것이다.

알지티는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적용, 서빙로봇이 투명 물체나 반짝이는 물체도 완벽하게 인지하고 회피해 음식을 서빙할 수 있도록 했다.

정호정 대표는 "레스토랑·카페 등 서비스업종 매장 인테리어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위해 유리 등 투명하거나 광택이 나는 마감재의 사용이 늘고 있다"며 "기존 국내외 다른 서빙로봇은 유리벽 근처 공간은 아예 접근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등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위치·속도 등으로 손님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급정지로 인한 음식물 쏟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다양한 업체·브랜드의 서로 다른 포스(POS) 시스템과 자동으로 연동되며 △서빙은 물론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 모두 국내외 서빙로봇 중 알지티 ‘써봇’만이 가지는 독창적인 기술이다. 매장 천장에 별도의 보조 맵핑장치 설치 없이도 사각지대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도 써봇의 강점이다.

이러한 정교함과 안전성에 힘입어 현재 써봇은 음식점, 카페 등은 물론 스크린골프장, 헬스장, 복합쇼핑몰, 마트, PC방, 요양시설 등 전국 30여개 파트너사에 공급돼 음식은 물론 어르신을 위한 생활물품 운반 등 역할도 맡고 있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써봇을 수출하고 있다.

현재 알지티를 경영하면서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는 정호정 대표는 향후 서빙로봇을 넘어 서비스업 매장의 완전 무인화가 가능한 토털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호정 대표는 "창업 초기 자금부족으로 직원들 월급을 몇 달씩 밀리고 먼 거리를 걸어다니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직원들이 함께 견뎌줬고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정부의 창업지원제도도 잘 갖춰져 있어 성공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올해에는 직원 수를 20여명에서 40여명으로 두배 늘리고 유통망·AS센터 등 해외 파트너십 구축으로 써봇 수출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외식업 등 서비스업 트렌드에 맞춘 무인 매장 토털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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