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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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전세’라는 제도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 제도다.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임차인으로부터 목돈을 일정 기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임차인이 부동산에 거주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을 보장해 주기 위한 담보적인 성격의 임차권 등기나, 임차인의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 등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이미 사용해버린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이 온전히 반환받지 못하는 위험이 상존하는데 특히 지난해부터 주택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의 특이한 구조를 악용한 사기 사건이 잇달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해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런 보증보험제도가 오히려 전세사기 대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HUG는 지난해 11월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신축빌라의 가격을 공시가격의 150%로 인정해 주었다. 이러한 심사구조를 악용한 임대인들은 신축빌라의 실제 시세가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전세보증금을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의 150%로 설정하여 전세계약을 제안하고, 임차인들은 공신력 있는 HUG라는 기관이 신축빌라의 가격을 공시가격의 150%로 인정해 주었으므로, 그 정도의 가치가 담보되는 것으로 믿고 전세계약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이 공시가격의 150%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속출함으로써 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을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신축빌라의 경우 전세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공인중개사 2인 이상의 시세확인서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시세를 확인하는 방법을 필자는 제안하고 싶다. 최근 전세사기 사건에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공모한 조직적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해당 전세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시세를 확인해준다면 보다 엄격한 책임 중개가 가능할 것이고, 공인중개사 2인 이상으로 하여금 시세확인을 하도록 하면, 객관성도 확보되어 시세의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방법으로 시세확인을 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가 성실히 시세를 파악하지 않거나, 임대인과 공모하여 부당히 시세를 과다하게 설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공인중개사와 공인중개사협회에도 책임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된다.
한편 HUG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심사함에 있어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는 계약체결을 거부하고 있는데, 빌라, 아파트,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불법 건축물인지 여부를 심사하지 않고 만연히 계약을 체결해 주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HUG의 정책이 건축물대장 등을 확인하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허용하는 경우 임대인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인 임차인이 전세보증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에, 실무상 전세보증반환보증의 대상을 보다 확대하려는 의도였다면, 그 방법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개선하려면 HUG는 보증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심사단계에서 불법건축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원칙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보증보험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만, HUG에서 임대인에 대하여 보증보험계약 후 6개월의 시정기간을 통지하고,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임차인으로 하여금 임대차계약의 해지와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임차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후 1개월 이내에 임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는 경우 HUG에서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을 우선 반환해 주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며, 임대차 계약의 해지에 대한 고의에 가까운 과실책임을 물어 민사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무단 증축 등 불법건축행위 자체이므로, HUG는 보증보험 계약 체결 심사과정에서 의무적으로 건축물대장을 제출받고, 실사를 거쳐 불법건축물 여부가 확인이 되면, 관할구청에 통지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임차인들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보증보험을 선택한다.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이런 취지에 맞게 제도가 활용될 수 있도록 시급히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