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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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한마디로 과거에 규제로 인해비용만 유발하던 ‘환경’이 지금은 기회와 매출을 일으키는 단초로 변했는데, 이 변화의 중심에 탄소중립이 자리하고 있다. 3년 전까지 돌아볼 것도 없이, 바로 지난달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부과가 결정됐고 미국의 기후대응지원법 이행 지침들도 일부 발표되어, 우리 수출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모두 자국의 친환경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인데, 오랜 기간 말로만 논의되어 오던 정책들이 이제 합의되고 구체화되어 그 영향이 눈 앞에 보이는 시점이 된 것이다.
심지어 애플 및 아마존 등 해외 고객사는 아예 우리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대상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을 공급할 것을 점점 더 강하게 요구하는 등 환경이 매출과 연결되는 사례들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해외에서는 이미 성공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1970년 설립된 덴마크 오스테드사는 원래 석유·가스 에너지공사였는데, 선도적 사업전환을 추진해 지금은 전세계 해상풍력의 1/3을 개발하는 글로벌 1위 회사가 되었다.
민간 투자자에게는 다른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한 사례만큼 좋은 시그널은 없다. 유사한 성공 사례를 국내에도 많이 만들어, 이제 겨우(?) 1.3조달러 규모인 세계 녹색산업 시장을 선점할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규제나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기회나 매출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미 글로벌 녹색산업의 기회를 인지한 국내 모 그룹은 향후 5년간 그린수소, 순환경제 등에 67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한 금융지주사는 2030년까지 30조원을 탄소중립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투자자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이다.
국내외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강연을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 탄소중립 투자를 스케일 업 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선명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향은 공감하겠는데 속도결정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민첩하게 나서야 한다. 우리가 주저하거나 실기(失機)한다면, 국제사회와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기의 기회를 독차지할 것이다.
글로벌 선점경쟁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기후기술의 예로 들어 보자. 전세계 기후기술 특허 수가 210만 건으로 최근 1년간 약 45만건이 증가했는데 증가폭이 그 전년도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페이팔이나 드롭박스와 같이 이미 성공한 글로벌 유니콘들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초기에 투자한 미국 2대 엑셀러레이터의 창업자(사이드 아미디)는, 1월 초 국내 언론사가 주관하는 CES포럼에 참석해 올해 기술 트렌드의 핵심으로 탄소중립을 꼽기도 했다.
만약 우리가 머뭇거리면 글로벌 경쟁자들은 이 증가추세와 타이밍을 기꺼이 독점해 나갈 것이다. 마침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우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제대로 된 정부의 관여를 토대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시장 구조의 필요성이 언급된 만큼, 민관이 속도감 있게 협력하여 지금부터 글로벌 시장선점 성공사례를 다양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10년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글로벌시장 1위를 신속하게 대응해 탈환했고 최근에는 현대차가 전기차 글로벌시장 1위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듯이, 10년 후 탄소중립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 환경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니고 매출이라는 인식변화가 우선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