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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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2023년이다. 이맘때면 늘 그러하듯 세계적인 색채 전문회사 팬톤에 이목이 쏠린다. 새로운 해를 대표할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컬러는 ‘비바 마젠타‘(Viva Magenta). 길었던 팬데믹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역동적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가득 담은 진홍색이 선정됐다.

지난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해 시작된 팬톤의 올해의 컬러 선정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년과 동일한 제품이라 해도 올해의 컬러를 입힌 제품은 트렌디한 신제품으로 인식된다. 기업은 특정 색에 제품의 가치와 기업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고객은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색에 담긴 가치를 향유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기념품으로 불리는 반가사유상 굿즈 또한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출시 당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핑크, 코랄, 라임, 민트 등 톡톡 튀는 색을 입힌 디자인이 화제가 됐다. 여기에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던 BTS의 RM이 구매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개당 4만9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매번 완판을 기록했다. 인기를 노린 불법 복제품이 난무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칫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화재를 새롭게 채색하는 것만으로도 결정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반가사유상이 전시돼 있던 전시실은 굿즈의 인기에 힘입어 1년 동안 65만 명 관람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책은 고대 동물벽화에서 현대 미술까지, 과감하고 매력적인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는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를 다룬다. 색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 비결이다. 흙을 파서 물감을 만들던 시절부터 예술가들은 걸작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안료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실험했다. 흙과 보석, 으깬 곤충, 인체에 해로운 화학 물질 등 다양한 재료로 색을 만들었 고, 심지어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티치아노가 색을 혼합하지 말라는 규칙을 따랐다면, 렘브란트가 수입 안료를 사용했다면, 페르메이르가 정해진 양의 물감만 쓰라는 계약서를 무시했다면, 마티스가 붉은색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책은 명화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한다. 새로운 관점에서 미술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및 예술 애호가를 위한 좋은 갈라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목 : 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저자 : 클로이 애슈비
발행처 : 아르카디아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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