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택시난 끝났나…요금 인상 첫 주말 "택시 호출 순식간에 OK"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06 13:54

밤 11시, 미터기 요금 6700원부터…요금 인상 반응 기사·승객 모두 ‘긍정적’



일시적 승객 감소 불가피…모빌리티 플랫폼, 할인·서비스 강화 등 경쟁 활발

2023020701000306600013361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한 승객이 대기 중인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늦은 밤 서울 번화가 곳곳의 택시 잡는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보이지 않았던 ‘빈차’ 표시등을 켠 택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택시 대란’이 다소 해소된 모습이다.

지난 4일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 이후 첫 토요일 저녁 11시 기자는 직접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 호출 어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했다. 호출버튼을 누르자 몇 초 걸리지 않아 택시가 배차됐다는 알림음이 떴다. 지난달 26일 같은 장소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1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것과 비교하면 택시 호출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을 체감했다.

기자는 종각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거리는 약 13.6km 정도로 할증이 붙지 않는 주간 예상요금은 1만8500원이다. 이날 오후 11시 택시에 탑승한 후 40분간 이동해 나온 요금은 야간 할증이 붙어 2만2500원이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일부터 4800원으로 종전보다 1000원(26.3%) 올랐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2㎞에서 1.6㎞로 줄었다. 심야 할증 조정으로 오후 10시부터 기본 할증률 20%,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는 40%의 할증이 적용된다. 이날 기자가 탄 택시 미터기도 6700원에서 시작했다.

우려와 달리 현장에서 만난 승객들과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관악구에 사는 30대 A씨는 "택시가 없을 때는 단거리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30~40분씩 걸어서 집에 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빈 차가 늘어나니 기본요금이 올랐더라도 감수할만하다"고 답했다.

개인택시 기사 B씨는 "택시비가 올라 평일 저녁에는 확실히 손님이 줄어든 것 같지만 아직 크게 체감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거리 손님을 많이 태워 하루 목표 매출을 빠르게 올리고 퇴근한 적이 많다"며 "심야 할증 요금이 오르면서 밤 근무에 나서는 동료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택시 타는 사람이 줄었지만, 요금이 오른 것으로 수입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택시 요금이 올라도 택시 수수료는 늘어나지 않는 데다 수수료 분배방식도 그대로다. 따라서 승객이 오른 요금에 따라 기사에게 지불한 금액은 온전히 택시기사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이번 요금 인상은 확실히 택시 대란 해소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실제로 야간택시 할증료가 인상된 지난해 12월 심야시간대 배차 성공률은 지난해 6월에 비해 12~2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개인택시 강제 휴무 제도인 부제가 해제되면서 야간 운행 택시가 증가한 것도 긍정적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본요금을 올리면 승객 수가 급감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된다"며 "이동 수요가 많은 봄철이 되면 승객 수 감소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시적인 승객 수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택시 호출 플랫폼들은 이용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우티는 요금 10% 상시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타다는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중형 택시 가격이 오르면서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대형·고급 택시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타다 관계자는 "중형 택시 요금 인상으로 대형 모델인 ‘넥스트’, 고급 모델 ‘플러스’의 가격 경쟁력이 반사적으로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며 "서비스 품질에 집중해 중형 택시 승객을 유입시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sojin@ekn.kr
윤소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