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에 취약한 구축 아파트…정부·지자체 지원 늘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07 15:32

면적 같아도 구축이 신축보다 난방비 2배 비싸



전용 84㎡ 기준…아리팍 13만원·반포미도 22만원



서울시, ‘민관합동 난방효율 개선지원반’ 구성



산업부, 노후 아파트 현장방문·지원방안 논의

2023020701000387800016941

▲신축 아파트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구축 아파트 주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구축 아파트 단지.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도봉구의 30년 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난방비가 전월보다 20만원이 더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올 겨울 한파가 심해 외풍 때문에 난방을 많이 틀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너무 많이 나왔다"며 "오래된 아파트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올 겨울 전국이 ‘난방비 폭탄’ 고지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구축 아파트일수록 신축 아파트에 비해 외풍에 취약하고 에너지 효율이 낮아 난방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가 나서서 노후 아파트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각종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공동주택은 난방방식별로 크게 개별난방 가구가 53.4%, 지역난방이 17%, 중앙난방이 6.7%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총 118개 단지, 10만6478가구 규모의 중앙난방 공동주택은 대부분 준공 후 20년이 넘는 구축 아파트라 에너지 효율이 가장 낮다. 각 가구에서 사용한 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가 아닌 중앙 제어 방식으로 난방비 급등으로 인한 주민 불만도 상대적으로 크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난방방식에 따른 전국 공용관리비는 중앙난방 방식을 사용할 때 ㎡당 1397원으로 가장 비쌌다. 같은 기간 지역난방 방식은 ㎡당 1256원, 개별난방은 ㎡당 1132원이었다.

단지별로 비교해보면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의 난방비(급탕비 포함)는 13만3425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당 단지 인근 반포미도 전용 84.96㎡의 난방비는 21만8723원을 기록했다.

동일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반포미도 아파트 난방비가 상대적으로 신축인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비싼 것이다. 아크로리버파크는 2016년 준공됐지만 반포미도는 이보다 30년 앞선 1986년에 준공됐다.

이에 서울시는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민관합동 난방효율 개선지원반’을 구성해 이날부터 다음달 31일까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등을 대상으로 난방방식별 맞춤형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난방 주택에 대해 합동 지원반이 나서 노후 보일러 본체 및 배관, 밸브 등 손실요인 점검과 함께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개별난방 주택에 대해서는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자치구 진단 컨설턴트, 자치구가 합동으로 총 25개 단지에 대한 방문 점검을 실시하고 친환경 보일러 교체 등도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서울 기초생활수급 약 30만 가구에 가구당 10만원씩 총 300억원의 난방비를 추가로 지원한다. 또 취약계층이 자주 찾는 시립복지시설 937곳에 35억원, 1458개 경로당에 11억원의 특별교부금을 집행하는 등 난방비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난방비 폭등으로 인한 시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난방방식별 맞춤형 점검 및 효율적인 운영 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지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아파트를 찾아 노후 아파트 난방시설에 대한 효율개선을 점검하고 겨울철 난방 효율개선 관련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

1988년 준공한 명수대현대아파트는 중앙난방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단지다. 이번에 해당 단지 시찰에 나선 산업부 난방효율개선지원단은 보일러 기능 정상작동 여부, 단열 및 배기가스 상태, 보온재 탈착 여부, 누수 여부 등을 점검했다.

이에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26일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을 두 배로 상향하고 가스요금 할인폭도 두 배 확대하는 내용의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건축 기준이 달라지면서 단열재 두께가 100mm 이상 증가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후 주택은 신축 아파트에 비해 단열재가 얇아 외풍에 약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더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김기령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