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여파 예의주시
국내도 태풍·미세먼지 등 위협
기후변화 여파 심각
유럽 '따뜻한 겨울' 미국 '극한 추위'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옆에 서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자연재해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진, 태풍 등의 여파로 생산 시설이 멈추거나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의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있어 ‘경영 변수’가 더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튀르키예에서 최근 발생한 강진 관련 국제유가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일부 송유관이 차단되고 터미널·항만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삼성,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등 현지에 진출한 업체들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다만 여진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현지 시장이 한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들 입장에서 악재다. 삼성전자는 이스탄불 인근에 판매법인과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현대차는 이즈미르에서 연간 최대 23만대 생산이 가능한 자동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재계를 아프게한 ‘자연재해 리스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작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게 대표적이다. 태풍이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하며 인근 하천이 범람, 제철소 상당 지역이 물에 잠겼다.
2021년 2월에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 됐다. 미국에서 기록적인 한파로 정전 사태가 이어진 탓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한 달 이상 가동을 멈춘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회사의 피해액은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재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유럽은 이번 겨울 이상고온 현상으로 ‘에너지 대란’을 가까스로 피했다. 지난 여름에는 미국에서 ‘열돔 현상’이 발생해 엄청난 폭염에 강까지 말랐다. 제품을 팔며 계절 특수를 기대하거나 효율적인 유통망을 갖추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역시 인류가 자연을 훼손한 데 따른 자연재해 중 하나라고 본다. 2020년 1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했을 당시 SK, 포스코, LG 등 진출 기업들은 출장을 금지하고 주재원들을 한국으로 부르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팬데믹 상황이 발생한 이후에는 모든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했다.
지난 1월 스위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각국 리더들은 기후위기 속 세계의 협력과 공존법을 모색해야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는 아세안 중 일부 국가는 ‘불의 고리’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있는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더운 지역에서 에어컨을, 추운 곳에서 난방용품을 파는 공식이 깨질 수 있는 셈"이라며 "(자연재해 리스크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잘 대응한다면 오히려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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