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사용후핵연료 해결 출발점은 특별법 제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0 14:51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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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안들에 대한 진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는 특별법안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심화하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수급 위기로 원자력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작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2021년 1124억 달러에서 지난해 1908억 달러로 증가했다. 에너지원별 2021년과 2022년 수입액을 살펴보면, 원유는 670억 달러에서 1058억 달러로, 천연가스는 308억 달러에서 568억 달러로, 석탄은 145억 달러에서 281억 달러로 급증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준국산 에너지 원자력의 에너지 안보 강화 역할이 더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그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을 가동하는 데 사용하고 배출된 핵연료를 말한다. 원전에서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한다. 원전 가동 초창기에는 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며 방사능과 열을 식힌 후,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로 옮겨 장기 저장하거나 영구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국내 대부분 원전의 저장시설은 해당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누적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국내 일부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말 현재 국내 원전에서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2만1000다발(8900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49만4000다발(9300톤) 등 총 51만5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였다. 국내 원전 저장시설 중 고리와 한빛 원전 저장시설은 2031년, 한울 원전 저장시설은 2032년이면 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장시설 확충은 당면한 저장시설의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의 부지확보를 위한 논의조차 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장시설을 제때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져 원전 가동을 멈춰야만 한다. 원전 가동 중단은 해당 원전 용량만큼 전력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저장시설 확충 없이 대체 발전원까지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만성적 전력 부족 사태로 온 국민과 기업이 큰 불편과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데도 원전 주변 지역주민은 저장시설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충된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로 둔갑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이 지역 사회와 국민의 수용성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특별법에서 정하면, 그 기한 이후 저장시설을 운영하지 못해 원전 가동이 멈출 수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된 원전 운영기한을 특별법이 제한하는 법률간 충돌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특별법에서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특별법에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정하고, 그 이후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시설로 순차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별법은 원전 주변 지역주민의 우려를 해소하여 저장시설 확충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줄 것이다.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은 가능한 이른 시점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지원, EU 녹색분류체계와 보조 맞추기 등을 감안할 때,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2050년으로 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매우 도전적이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원자력 혜택을 향유한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 너무 늦지 않게 빚을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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