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술혁신 꽃피울 에너지 산업정책 기대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4 10:15
손성호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오랜만에 대면 형식으로 개최된 ‘Energy Tech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 컨퍼런스는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의 연구개발 현황과 주요 계획들을 공유하고 다양한 기관과 연구자들 간에 상호 교류 및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에서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 핵심 전략이었던 시절에 설립된 에기평은 우리나라 에너지 R&D 사업의 기획·평가, 그리고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으로서 연간 1조가 넘는 예산을 에너지 분야의 기술개발, 인력양성 및 기반조성 등을 위해 운용하고 있다.

해당 컨퍼런스에는 한국전기연구원(KERI),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 에너지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KEPCO), 한국석유공사(KNOC),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의 공기업과 민간 부문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기술혁신 주체들이 참석하여, 현재 에기평으로부터 수주해 진행하는 연구과제의 내용을 학회의 포스터 전시 형식을 통해 보여줬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전력, 원자력 뿐만 아니라 청정화력, 수소,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분야의 다양한 기술에 대한 현 주소와 미래의 확장 가능성 등을 엿볼 수가 있었다.

기조 강연에서는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탄소중립 녹색성장 시대와 Breakthrough Energy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에너지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도 학계, 연구계 및 산업계를 대표하는 패널들이 모여 에너지 기술혁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토론을 듣는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이 산업정책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산업정책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의 보호나 육성, 조정 등에 개입하는 정부의 일체 행위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 영향을 많이 끼쳤는데, 이러한 개입의 논리적 근거로는 산업의 초기 발전단계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연관 산업의 개발 및 경제적 파급효과의 기대 등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산업정책은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 방안인 기술 역량의 강화 및 확산 등에 중점을 둔 기술정책, 즉 산업기술정책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는 주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기술트리 또는 기술로드맵(TRM) 등을 작성하여 핵심기술들을 선정 및 지원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현재 에기평의 기술개발 프로세스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혁신은 산업정책의 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독립적이기 힘든 구조다. 특히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에서 기틀을 잡고 추진해 나아가는 산업정책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산업정책은 해당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혁신 주체들에게 의사결정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해당 산업을 어떠한 판으로 짜고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기술혁신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산업정책이 너무 자주, 또는 큰 폭으로 바뀌게 되면 산업 내의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작년 10월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추진전략 중 하나로 시장원리에 기반한 제도 선진화를 내세운 바 있다. 또한, 기술혁신 전략의 3대 방향 중 하나로 민간 주도를 내세웠다. 이는 곧 에너지 시장 메커니즘에 작용하는 가격 신호를 시장원리에 따라 조정하고, 규제 등을 완화해 나감으로써 민간이 더 참여하여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 쪼록 민관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기술혁신이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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