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 LH 매입임대, 고가매입 논란에도 저렴한 경매는 ‘외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5 13:51

국토부 업무처리지침상 경매 매입 가능하나 실행 전무



LH "공실 우려 및 노후화가 오히려 유지비 급등 초래"



시민단체 "감정평가 의존 지양, 매입가 낮추는데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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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기존주택 매입임대 방안이 최근 불거진 고가 매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경매 매입 방안은 고려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서울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고가로 매입해 논란이 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경매 매입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른바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주택가격보다 높아 보증금을 못 받는 매물) 물건이 경매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편의적 행정이란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15일 본지가 확인한 국토교통부의 ‘기존주택 등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 행정규칙 내용에는 공동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필요에 따라 경매 등을 통해서 매입할 수 있다.

업무처리지침 ‘제7조 기존주택등의 매입절차’를 보면 ‘주택 등을 매입하는 경우 일간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여 매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필요 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이용하거나 경매 등을 통해서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LH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매를 통한 매입은 ‘부도매입임대’로만 한정할 뿐, 기존주택 매입에선 경매 매입은 활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입주자 편의성과 공실 우려를 이유로 저렴한 경락가(매도인이 물건을 팔기로 결정한 가격)를 통해 매입하는 경매 주택은 애초에 매입임대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 사업 특성상 저렴한 구축주택을 매입하게 되면 매입실적은 올라갈 수 있으나 입주자가 외면해 공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게다가 주택이 노후화가 가속화되면 관리비나 수선유지비 급등도 초래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LH에 따르면 현재의 기존주택 매입임대 방식은 공고를 통한 매입과 약정방식을 통한 매입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입주자들 편의성과 주택관리 용이성 등을 고려해 신축주택 위주로만 진행하는 것이다.

앞서 경매를 통한 매입은 공공주택특별법 41조에 따라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의 부도 등으로 발생한 주택 중 국토부 매입 지정고시가 완료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인 ‘부도매입임대’ 방식이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권 당시 LH 입장에선 손실 사업인 부도매입 임대제도를 활용해 강릉과 태백, 경주, 창원 등 부도단지를 매입해 리모델링 후 공공임대로 활용한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LH가 경매로 주택을 매입하기도 했다.

그때는 국토부가 적극행정 선정사례라고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현재는 이같은 저렴한 경매 매입방식은 검토하지 않고 있어 행정편의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임대로 기존주택을 활용할 때 경매로 진행한 사례가 있는지 바로 확인하긴 어려우나 이전에는 급등기가 아니었기에 경매 매입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렴한 주택 매입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소극적 행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LH가 매입한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두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마저 "내 돈이면 안 샀다"고 산하기관을 공개 저격했기 때문이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 부장은 "매입임대를 감정가(시세) 기준으로 매입할 뿐 저렴하게 매입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감정평가에 의존한 가격결정 방식으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토부나 LH가 스스로 매입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준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LH 관계자는 "정부와 LH는 주택매입가격을 포함한 매입임대 전반에 걸쳐 살펴보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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