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영원히 안 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심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23 15:09

국내 OLED TV 공식 출시

'기술력 자신감·OLED 대세화' 출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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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다음달 9일 2023년형 OLED TV 신제품을 출시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영원히 안 할 것."

3년 전 당시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현 부회장)이 못 박았던 말이 최근 뒤집어졌다. 삼성전자가 10년만에 국내에 OLED TV를 출시하면서다. 그동안 주력해온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와 함께 OLED TV를 투트랙으로 선보이는 움직임을 두고 업계는 달라진 시장 상황과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꼽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2023년형 네오(Neo) QLED와 OLED TV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공식 출시는 다음달 9일이다. 삼성전자 OLED TV는 지난해 해외 시장에 출시한 65형과 55형에 이어 국내에는 대형으로 분류되는 77형 제품까지 세종류가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OLED TV를 출시했지만, 시장성과 기술적 한계 등으로 후속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OLED 디스플레이가 가진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는 ‘번인’이다. 유기물을 발광 물질로 사용하는 OLED는 빛과 열에 오래 노출되면 변질하는 특성이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번인에 따른 내구성 우려를 해결하지 못해 OLED TV 출시를 보류하고 대신 LCD 기반으로 무기물인 양자점을 사용한 QLED를 2015년부터 양산하며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OLED TV는 청색 빛을 광원으로 사용하고 이를 양자점 소자와 융합해 색을 내는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를 활용한다. 10년 전 출시했던 OLED 디스플레이와 달리 번인 문제를 해소했고 밝기와 색 재현성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LCD에서 OLED로 TV 시장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한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10년간 OLED TV를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에서 OLED 제품이 프리미엄 세그먼트(부문)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LCD에서 OLED로 연착륙이 가능한 시점이 된 것"이라며 "OLED TV를 판매하는 업체도 20여 곳으로 늘어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올해 TV 시장이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OLED TV 판매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OLED TV 출하량은 650만대로 2019년보다 77.9% 늘었다. 반면 올해 전체 TV 출하량은 2억325만6700대로 전년 대비 약 5% 감소했고 LCD TV 출하량 역시 같은 기간 5%가량 줄며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출하량이 2억 대를 밑돌았다.

옴디아는 올해 세계 OLED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14% 성장한 총 741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출하량 비중이 49.8%로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OLED 디스플레이보다 우월한 QLED TV 기술력을 강조해온 만큼 갑작스러운 OLED TV 출시는 소비자 반발을 부를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QLED TV보다 앞세우기 어려운 이유다. 여전히 삼성전자 TV 제품군 중심에는 QLED가 있다. 신제품 출고가 기준 네오 QLED 8K 75형이 1280만원, 네오 QLED 75형이 809만원으로 책정된데 비해 OLED는 77형이 799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출시됐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OLED TV는 기존 제품과 비교해 화질과 수명 측면에서 진보된 기술"이라며 "다만 제품 크기의 다양성과 낮은 생산 규모는 약점"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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