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 발언에 건설노조 4만3000여명 광화문 일대 집회
진중권은 尹발언 "이념적 포퓰리즘 선동에 가까워"
정부는 노조 불법행위만 관심…‘안전’ 등 뒷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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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건폭(건설노조 폭력배)’ 발언을 내놔 그와 관련한 논쟁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에 빗댄 윤 대통령의 과격한 발언에 반발하면서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는 대규모 집회까지 열기도 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4만3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종각, 경찰청, 서울시청, 광화문 등 서울 곳곳에서 윤 대통령의 건폭 발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건설 현장이나 건설사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보다 건폭 프레임을 악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 직후 건설현장의 폭력 실태를 보고 받은 뒤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법치를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매체들은 윤 대통령이 건설현장 폭력을 건폭이라고 지칭하자 ‘건폭 때리기’, ‘건폭근절’, ‘건폭엄단’ 등 건폭 키워드를 쓰며 신조어로 이미 고착화한 모습이다.
심지어 법무부와 경찰청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수사단을 ‘건폭수사단’이라고 명명하며 앞으로 건폭은 더 자주 쓰일 것을 시사했다.
참고로 ‘폭력’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적인 공격 행위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강제적 행사할 때를 지칭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영상으로 밝힌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보면 공사지연 등 태업이나 비노조 근로자 작업투입 방해, 근무시간 집단행동, 주택 밀집지역 노조 차량 확성기 등 소음 민원 유발 등이 있었다.
이중 서울 강남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가 비조합원 근로자 현장출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몸싸움은 ‘폭력행사’로 제시했다.
사전적 의미로 건설현장의 신체적 위협을 불법적, 강제적 폭력이었다고 지칭할 수 있지만, 마치 ‘조폭’을 소탕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과도하다는 일각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대통령의 건폭 발언은 이념적으로 가지고 있는 노조에 대한 편견이자, 결단력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포퓰리즘 선동의 역할이 크다"며 "노동개혁은 노사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주체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건폭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노조를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거부’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어도 입장이 전혀 다르다. 정부나 건설업계는 ‘월례비’가 단순히 노동자 금품을 갈취하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불안전한 작업지시를 눈 감아달라는 일종의 뇌물로 본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초과근무나 타워크레인 중량물 인양시 신호수 2명 배치 과정 등은 무시하면서 눈 감아 달라는 의미의 월례비를 주는 행위는 우리도 거절한다"며 "노조를 폭력으로 만드는 동안 정부가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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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광화문 일대에 걸린 민주노총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현수막. 사진=김준현 기자 |
노동계에선 ‘안전’에 대해 이번 정부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초기 안전정책 방향을 잠깐 언급했을 뿐,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안전 키워드는 찾아볼 수 없다"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대해선 고민조차 않는 모습을 오히려 비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 2020년9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사, 감리자 각 주체들에게 책임을 명확하게 부여해 안전한 시공을 보장한다는 취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옥상옥’ 규제라고 불리는 ‘건설안전특별법’은 몇 년 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이번 정부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건설안전 전문가는 "노조의 불법행위, 건설사의 불법 하도급 문제가 건설현장을 넘어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지만, 인간의 가장 기본적 문제인 안전을 먼저 떠올리면 노동개혁의 정책방향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