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美 반도체법...삼성·SK, 보조금 지원 신청 놓고 고심 거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2 14:24

경제·안보 기여도 요구..."안보적 해결 방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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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을 비롯해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투자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지나치게 깐깐한 보조금 수령 조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추가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국 경제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를 평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칫 미국 반도체 보조금이 우리 기업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반도체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면서 지원금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해 공급망을 강화하는 기업에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안내하면서 지원금 심사 기준으로 6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핵심은 반도체 기업 투자가 미국 국가 안보와 경제에 얼마나 이바지 하나이다. 필요하면 미국 국방성을 비롯한 국가안보 기관에 군사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상업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상업성에는 기업이 계속된 투자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지가 포함된다. 예상 현금 흐름과 수익률 등 수익성 지표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사업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환경 등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지 등 기업이 공장을 지을 준비가 됐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또 기업이 직원들의 숙련도와 다양성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며 경제적 약자 채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업 미래 투자 의지와 지역 사회 공헌 등도 살펴보기로 했다.

지원금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과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스를 진행할 수 없다. 위반 시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기로 상무부와 협약을 맺도록 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보조금 지급 조항에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추가 투자를 막는 조항 등은 중국에서도 활발히 생산활동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족쇄로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비투자액 최대 15%를 돌려주는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포기하기에도 아쉬운 상황이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삼성전자는 총투자금 170억달러(약 22조원) 기준 직접 보조금을 최대 25억5000만달러(약 3조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외교·안보 관점에서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선택권이 기업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반도체 보조금은 포기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 안보 관점에서 파장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반도체 보조금이 족쇄로 작용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기업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미 관계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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