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장 게임체인저 SMR] 이태호 연구소장 "SMR 보편화, 대중의 수용이 전제돼야 가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5 09:07

"SMR, 안정성·경제성 갖추고 사용처 확장성 높아"
혁신형 SMR 개발…2028년 표준설계인가획득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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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력연구소장이 지난 3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한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SMR과 관련한 연구 진행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SMR이 보편화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에 대한 대중의 수용, 정부의 지원과 민간 자본의 투입이 있겠다. 우리나라는 대형원전 수출 및 운영 노하우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을 좀 더 가속화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장은 지난 3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의 SMR 보편화를 위해 전제돼야 할 조건으로 대중의 수용과 정부의 지원·민간 자본의 투입을 꼽았다.

그러면서 "국내 원자력 기술을 집대성해 독자기술로 개발한 SMR이 새로운 블루오션인 소형원전 시장에 주역으로 우뚝 설날을 기대하며, 관련 기관과 협력해 향후 시장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는 SMR을 빠른 시간 내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소장과 일문일답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력연구소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인지 궁금하다.

선진원자력연구소는 SMR 시스템 및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MART, 혁신형 SMR 같은 경수형 SMR을 비롯해 소듐냉각고속로, 고온가스로, 용융염원자로 형태의 SMR을 정부 지원 및 산·학 협력을 통해 개발하고 있다.

▲SMR이 기존 대형원자로와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달라.

SMR은 주요기기를 모듈형으로 설계한 전기출력 300MWe 이하 원자로를 의미한다. 주요기기를 원자로 용기 안에 모두 설치하는 일체형 원자로를 도입해 소형화하고, 대형 배관파단사고 발생 가능성을 없앴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설비 유지에 필요한 전력과 출력이 작기 때문에 사고 시에도 전력이나 운전원의 조치 없이 장기간 노심을 안전하게 냉각하는 피동형 안전계통을 도입,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피동형 안전계통은 중력과 같은 자연적인 힘을 활용해 외부의 도움 없이 원자로를 안전하게 냉각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모듈 형태로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건설이 용이하며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설치 지역에 제약이 없어 대형원전 대비 다목적 활용에 있어 유연성이 뛰어나다.

▲SMR의 경제성 확보 방법인 ‘대량생산’은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대량생산은 공장내 제작과 수송이 가능한 기기 크기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대형 원전은 원자로 공사의 많은 부분이 현장 조립, 제작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된다. 반면 SMR은 표준생산 공정을 만들면 공장 내 제작이 가능하며, 연중무휴 설비운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SMR이 탄소중립 및 각종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고 들었다.

SMR은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열과 수소를 생산하며 물을 담수화하는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SMR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및 기타 저탄소배출 발전원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SMR 활용 분야는 △전력 △산업 △지역난방 △수소 △해수담수화 △해양 상선 등이 있다.

먼저 전력 부문은 탈 탄소화를 하려면 많은 수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교체해야 하며, 발생된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기 위한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 SMR이 노후화된 석탄 화력 발전소를 대체한다면 기술적·비용적 이점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역의 경제 활동과 기술을 유지함으로써 상당한 지역 경제 및 사회적이익이 보전된다는 장점도 있다.

산업분야에서도 SMR은 저탄소배출 발전원 대안이 될 수 있다. SMR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업에는 화학·제강·해운·암모니아가 포함된다. 특히 50~500 MWe 등의 출력을 갖는 소형 SMR은 석탄 화력 발전 용량의 일부를 대체하기 적합하다.

지역난방은 잠재적인 SMR 응용분야다. 많은 나라에서 화석 연료에 기반한 열병합 발전소의 지역난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SMR이 상업적으로 성숙 단계에 도달한다면 저탄소배출 지역난방을 촉진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수소 기반 합성 연료와 저탄소 수소에 대한 수요 충적에도 SMR은 적합하다. 대용량 수소 공급이 필요한 산업 거점 인근에 SMR을 배치할 경우, 수소 운송 및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SMR 기반 수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SMR은 해수담수화 및 해양 상선을 위한 저탄소배출 추진력을 제공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대형 선박 운송으로 인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해양용 SMR 수요는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다.

▲원전에 항상 따라오는 이슈는 핵 폐기물이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궁금하다.

스탠포드 대학 PNAS란 학술지에 SMR의 사용 후 핵연료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대형 원전 대비 작은 크기의 노심으로 인한 중성자 손실이 SMR의 연소도를 저하시키고 사용 후 핵연료 배출량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다.

대형 원전 대비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스탠포드 대학의 정략적 결과가 상당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고, 장점은 배제한 채 단점만을 강조한 면이 있다.

기술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현재 5% 이하 수준인 경수로의 핵연료 농축도를 올려 연소도를 증가시키는 방법, 중성자 손실을 저감하는 방법, 사고저항성 피복재 도입으로 핵연료의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 등이다. 또 소듐냉각고속로 형태의 SMR은 경수로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순환해 연료로 사용해 이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바탕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장이 지난 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SMR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성을 입증한 SMR이 전체 원전 시장을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연구개발이 진행된 상태인지 궁금하다.

국내에서 개발한 SMR인 SMART는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그 이후 경제성과 안정성을 한층 향상시킨 SMART-100을 개발했으며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기대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MART와 기술 개발 수준이 비슷한 노형은 뉴스케일(NuScale)이다. 뉴스케일은 12개의 50MWe 용량 모듈로 구성된 발전소에 대해 지난해 7월 미국 NRC로부터 설계인증을 받았다.

이후 경제성 향상을 위해 77MWe로 상향 조정했으며 올해 1월 462MWe(77MWe SMR 6기)규모의 SMR에 대한 설계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발전소의 첫 번째 모듈은 2029년 가동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해부터 혁신형 SMR(i-SMR) 개발에 착수한다고 들었다. 어떤 사업인지 궁금하다.

혁신형 MSR 개발 사업은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과기부·산업부 공동 주관으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약 399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정부·산업계·연구계·학계가 모두 참여해 진행되며 2028년 표준설계인가획득을 목표로 설계기술, 혁신기술, 혁신제조 3개 내역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SMR이 분산에너지(전력 수요지 인근 설비를 갖춰 송배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원) 포함을 놓고 말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SMR의 분산에너지 포함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안정성 담보’와 ‘사용 후 핵연료’다.

안정성 담보와 관련된 문제는 SMR이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본인 집 옆에 이를 구축하려하면 짓게 하겠냐는 문제다. 적극적인 소통과 홍보 과정을 통해서 대중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현재 같은 정치적 논란도 없어질 것이다.

대형 원전의 경우 비상계획구역으로 16km 내 인구 밀도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SMR의 경우 비상계획구역이 별도로 필요 없다. 뉴스케일이 사고 발생 시 방사선 노출량을 평가하고 계산해보니, 발전소 인근 230m 외에서는 인구 밀도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SMR은 내진 설계 및 화재·홍수에 대비한 설비를 모두 갖춰야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역시 마찬가지로 대중의 인식 개선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시설을 만들 수 있는 땅도 충분하고 알맞은 지질과 기술도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들의 반대로 이를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아쉽다.

▲우리나라에서의 SMR 보편화를 위해 전제돼야 될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에 대한 대중의 수용, 그 다음으로 정부의 지원과 민간 자본의 투입이 있겠다.

SMR이 어떤 산업 분야에 쓰일 때 안정성은 기본이다. SMR이 시장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 등 공산국가에서는 정부 주도로, 미국 등 서방국가는 민간 주도로 SMR에 대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은 정부의 매칭 펀드 방식으로 SMR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원 금액만 따지면 14억달러에 달한다. 그 중에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이 뉴스케일이다.

우리나라는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이 지난해 예타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본격 개발에 돌입한다. 조금 아쉬운 점은 경제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비용이 예타 과정에서 일부 감액됐다. 인허가 과정에서는 경제성보단 안정성을 중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소형 원전 시장은 진출이 빠른 쪽이 굉장히 큰 기득권을 가지는 속도전 양상을 띈다. 우리나라는 대형원전 수출 및 운영 노하우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을 좀 더 가속화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원자력 기술을 집대성해 독자기술로 개발한 SMR이 새로운 블루오션인 소형원전 시장에 주역으로 우뚝 설날을 기대하며, 관련 기관과 협력해 향후 시장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는 SMR을 빠른 시간 내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장

◇약력 △1965년 출생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학/석/박사 △1992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입사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 계통설계 △소듐냉각고속로 계통설계 △SFR원형로 유체계통설계 과제책임자 △SFR원형로 설계검증 대과제 PM △사용후 핵연료 독성저감 기술 개발 대과제 PM △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 개발단장 △2023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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